대학 4학년, 마지막 축제 때였다. 5월 31일 메이데이는 다가오는데 축제파트너가 없었다. 초등학교 동창생, 교회 친구 등 친하게 지내던 남학생과 축제에 가기는 싫었다.
3학년 여름방학 때 교환학생으로 일본에 보름동안 가 있었다. 인솔했던 선생님이 생각이 나서 제자 중에서 파트너를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다.
5월 30일 명동의 한 다방에서 파트너를 소개받았다. 명동에서 저녁을 먹고 덕수궁 돌담길을 걸어 광화문으로 갔다. 광화문에서 맥주를 마셨다.
"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면 헤어진다고 하던데~~"
우리는 그런 말을 하며 웃었다.
다음날, 축제에 나타난 파트너의 눈동자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어제는 괜찮았는데 웬일인가 물었다.
"잠을 한숨도 못 잤어요."
'뭐야 저 남자~'
하면서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고 호감이 갔다. 그리고 그는 나의 첫사랑이 되었다.
그렇게 만난 지 만 49년이고
며칠 후인 10월 30일이면 결혼 47주년이 된다.
"향긋한 오월의 꽃향기가
가슴 깊이 그리워지면
눈 내린 광화문 네거리 이곳에
이렇게 다시 찾아와요
언젠가는 우리 모두
세월 따라 떠나가지만
언덕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눈 덮인 조그만 교회당"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인
광화문 연가를 흥얼거리며
우리는 때때로 정동길을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