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필 투어
전날 퍼붓는 빗줄기로 인해 오늘 예정된 프로필투어가 걱정되었습니다.
프로필 투어는 대부분 걸어서 이동을 하기 때문입니다.
비가 오게 되면 젖게 되는 옷과 땀으로 뒤범벅돼버릴 머리 그리고 최소한의 메이크업도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에 비 오는 날은 투어 하기엔 피해야 할 날입니다.
감사하게도 오늘은 날씨가 화창합니다.
오늘 예정되어 있는 투어는 광고 에이전시 입니다.
예전엔 영화, 광고 할거 없이 프로필투어를 돌았지만 영화 쪽은 요새 대신 돌려주는 대행서비스들이 아주 잘 활성화되어 있어서 따로 돌지 않고 정해진 금액을 지불하고 대행을 합니다.
하지만 광고는 에이전시에 가서 직접 영상으로 프로필을 남겨야 하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돌아야 합니다.
촬영을 그만둔 지 10년 정도 되었습니다. 그동안 시스템이 많이 달라져있었습니다.
예전엔 무작정 에이전시를 가서 방문한 순서대로 기다렸다가 영상을 찍었지만 요새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갈 수 없는 곳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한 달 정도 전에는 예약을 해야 원하는 날짜에 영상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오늘 미팅할 곳은 총 7군데. 일일이 다 전화를 걸어서 예약을 하고 시간대별로 그리고 지역별로 묶어서 동선을 짰습니다. (투어는 동선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가장 효율적으로 움직일수가 있습니다.)
첫 미팅이 신사역에서 AM.10시 이기 때문에 원주가 집인 저는 7시 30분에 집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기차를 타고 청량리에 내려서 경의중앙을 갈아타고 옥수역에서 3호선으로 갈아탄 뒤 신사역으로 향하니 9시 50분이었습니다. 같이 돌기로 한 동생이 5분 정도 늦는다고 하여 먼저 가서 자료를 남겼습니다. 예전과는 다르게 요새 에이전시엔 프로필투어를 하는 배우(모델)들의 복지를 위해 시원한 음료와 다과를 구비해놓은 곳이 꽤 있습니다. 덕분에 아침부터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자료를 남길 수 있었습니다.
중간 점심시간까지 해서 PM.3시가 되어서 투어를 마쳤습니다.
20대 중반부터 돌던 그 길들을 40대 중반이 되어서도 돌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며 많은 생각들이 밀려옵니다. 내가 좋아해서 걷는 길이지만 과연 언제까지 갈 수 있을지 그리고 20년째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내가 부끄럽진 않은지 생각을 합니다.
40대 중반이면 사회에서도 어느 정도 안정된 삶을 살아야 할 것인데 그에 반해 나는 아직도 불안정합니다.
젊을 때야 열정 하나로 앞만 보고 달렸지만 어느덧 중년이 된 지금은 두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요즘 같은 일을 하는 또래 동료들을 만나면 하는 말이 있습니다.
"잘 버티자"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기에 오늘도 버티려고 합니다.
내일도 모레도 버틸 수 있었으면 하지만 내일일은 내일 생각해야겠습니다.
프로필투어를 하며 마시는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최고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