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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큰구름 May 27. 2024

오랜만에 촬영이 잡혔습니다.

익산교도소세트장


재소자 역할인데 나름 주인공이다.


기쁜 마음보다는 아직까지는 부담감이 더 크다. 부담감을 잘 녹여서 재미로 만들어야 할 텐데 잘 안된다.


AM 9시 콜이라 넉넉히 AM 5:30분에 출발했다.

원주에서 3시간 정도 잡으면 되었기에 30분 여유시간으로 해서 출발시간을 잡았다.

촬영 전날은 역시 잠이 잘 안 온다. 2~3시간 자고 출발했다. 커피 한가득 싸들고 말이다.


이른 아침에 도착한 익산 교도소 세트장은 일반인들도 견학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7번 방의 선물 등 교도소 들어가는 영상매체의 촬영은 대부분 이곳에서 많이 하는 듯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교도소 세트장답게 아주 잘 지었다. 중앙에 커다랗게 자리 잡고 있는 잔디밭이 재소자들이 유일하게 외출할 수 있는 공간이라 생각하니 신기했다.

잔디밭이 엄청 크다


나와 같이 출연하기로 한 출소자 배우를 만서 인사했는데 신기하게도 동갑내기였다.

배우를 하며 동갑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여기서 만나니 반갑고 든든했다.

만나자마자 곧 말을 놨다. 다행인 건 수다쟁이 친구여서 촬영 내내 적당한 잡담으로 긴장도 풀고 웃기도 많이 웃고 재미있게 찍을 수 있었다. 하지만 친구는 오전에 분량을 다 소화하고 먼저 퇴근을 했다. 아쉬운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친구인데 선배인 듯 생겨서 깍듯이 인사했다.


촬영의 내용은 이랬다.

출소자 선배가 수감기간 동안 친하게 지냈던 재소자 후배를 찾아와서 자신이 지원을 받았던 센터를 알려주며 그곳에서 지원받기를 권유하며 장점들을 나열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재소자는 출소자와의 면회 이후로 그곳을 생각하며 지원받는 방법들과 질문들을 쏟아내고 마침내 그곳에 지원하기로 결심한다는 내용이다.


촬영팀들이 빠릿빠릿해서 PM 3시 정도에 끝났다. 점심시간은 촬영 이후로 하기로 하고 촬영을 마쳤지만 주변 식당들이 브레이크타임이라 마땅히 잡을 곳이 없었다고 해서 쿨하게 인사를 던지고는 촬영장을 빠져나왔다.


오랜만에 촬영을 했지만 예전에 느꼈던 촬영장의 압박감이 덜 했다. 많지 않은 스텝들과 친구배우와의 호흡 그리고 홍보영상이라는 짧은 런타임까지 더해져서 나의 심리적 압박감을 덜어준 듯했다.


촬영현장에서의 배우는 주눅 들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첫 번째이다.

그래야 어느 순간에서도 자신이 준비한 연기를 할 수 있다. 감독의 코멘트를 받을 때도 바뀐 대사를 익힐 때도 선배 배우의 지적이 있을 때도 흔들리면 안 된다. 그것이 촬영에 들어가는 배우의 자세이다.


촬영 중간 쉬는 시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생각했다. 긴장은 왜 하는 것일까? 단지 카메라 앞에서 내가 준비한 연기를 하는 건데 틀릴까 봐 두려운 것일까? 아니면 나의 실력을 평가받는 것 같아 걱정되는 것일까? 아마 촬영현장마다 다르겠지만 차차 익숙해지는 것만이 답일 거라 생각한다.


내일부터는 다시 오디션 사이트를 들락거리고 지원서를 보내고 햇빛 내리쬐는 오후에 불투명한 미래를 탓하며 밀려오는 괴리감과 싸워야 할 것이다. 버티는 것이 쉽지 않은 시점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다만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해야 한다는 것만 확실히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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