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놈이 오래가는 것이 아니라 오래가는 놈이 강한 것이여!
예전에 한창 촬영을 할 때 힘들었던 것 중 하나는 소위 말하는 스타들과의 촬영이었습니다.
힘든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코 기에 눌리는 것이었습니다.
말로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스타들에게는 센 기가 존재했습니다.
물론 그곳까지 가기까지 힘든 산들을 많이 넘었겠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기에 주눅이 안 들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그 탑스타가 선배님이었다면 더더욱 힘들었습니다.
2~3명씩 꼭 붙어있는 코디들과 매니저 그리고 합을 맞추기도 힘든 상황 리허설 때나 한두 번 맞추는 것이 고작이고 서로의 연기를 하기 바쁜 게 실상입니다. 제가 배워온 연기는 다 같이 고생하며 합을 맞추고 토론하며 서로에게 의지하는 그런 방식들이었지만 촬영은 철저하게 혼자서 존재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기에 팀으로 현장에 자리 잡고 있는 스타들과 혼자의 몸으로 촬영대기하는 단역들은 환경자체가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돌들과도 작업을 했었는데 티브이로만 볼 때는 부족한 연기를 탓하기 바빴지만 그들의 노력을 현장에서 보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주연이라는 압박감을 이겨내며 촬영을 한다는 게 쉽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꿋꿋이 이겨내며 하는 모습들을 봤습니다. 어찌 됐든 모두 바닥을 겪고 올라오는구나 연기를 잘하건 못하건 바닥에서 견뎌내며 가야 하는 건 똑같구나 느꼈습니다.
촬영을 하며 재미있던 순간들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늘 힘든 순간뿐이었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촬영자체가 힘들다기보다 대기가 더 힘들었습니다. 언제 들어갈지 모르는 현장에서 몇 시간 대기는 기본인데 그 대기시간 동안 컨디션을 유지한다는 게 관건이었습니다. 물론 그때는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그냥 이리저리 다니며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습니다.
스타가 된다는 건 그만큼 커다란 부담감을 늘 가지며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일 겁니다.
연기 자체에 즐거움을 느끼기 쉽지 않은 자리일 것입니다.
중간만 갔으면 좋겠습니다. 적당한 일거리 만으로 연기를 계속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부담감을 느끼며 잘해야 하는 상황을 만나기보다 즐거운 현장에서 좋은 사람들과 작업하길 희망합니다.
스타가 된다는 건 외로운 길일 것입니다. 포기해야 하는 부분들도 많고 지켜야 할 부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늘 평가받는 배우라는 직업에 더해서 이미지와 사생활조차 엄격히 관리되어야 할 것입니다.
연기자로서 평생을 살고 싶은 저는 그냥 즐겁게 일하는 걸로 만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