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Windsbird
Sep 25. 2024
작년 퇴사를 하고 난 후 쓴 글들을 훑어보니 유독 불안감에 대한 글들이 많은 것 같다. 원래 나란 사람이 이렇게 불안감이 높은 사람이었던 걸까, 아니면 퇴사를 했으니 자연스럽게 불안감도 높아진 걸까.
난 이번주도 매어 불안한 한 주를 보내고 있다. 몇 주 전 일어난 갑작스러운 해고에 이어, 긴 고민 끝에 법적인 조치를 취하기로 마음을 먹었더니 생각과 마음이 더 복잡해져 버렸다. 그와 더불어 시도 때도 없이 밀려오는 '난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괴로움.
나의 불안감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참 쓸 때 없고 말도 안 되는 믿음들로 가득 차있다. 난 유용한 스킬이 아무것도 없으며 다시는 취직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그래서 결국 난 평생 가난과 고난에 허덕일 거라는. '평생', '다신'과 같은 아주 절대적이고 불변한 단어들이 나의 운명인 마냥.
나를 한도 끝도 없이 바닥으로 끌어내리는 이런 감정들도 이젠 일상의 일부가 돼버려서, 하루하루를 그냥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인다.
달콤한 게 먹고 싶을 땐 다이어트 부담 없이 먹어주고, 강아지 뿌뿌와 함께 긴 시간을 산책하기도 한다. 어제는 오랜만에 드라마를 정주행 하며 십자수를 놓았는데, 이런 아주 단순한 행동들은 요동치는 마음을 조금은 가라앉혀준다. 오늘을 보내고 내일을 보내면, 언젠가는 날 덮고 있는 우울함이 걷힐 날도 올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