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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아 Sep 03. 2023

6. 두비치나 VS 엄마-2

2023 아르코문학창작기금 동화 부문 선정작

   금전산 이곳저곳을 헤매다니던 두비치나가 산 중턱에 있는 너럭바위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탁 트인 전경을 보니 답답한 마음이 조금은 시원해졌다.

   두비치나는 너럭바위에 앉아 오늘 있었던 일들을 되짚어보았다. 간밤에 악몽을 꿨고 쏟아져 내리는 별똥별을 보았다. 거기다 하필이면 엄마와 친아빠가 만났던 건안성에 들어왔고, 아이들 앞에서 마술을 망쳤다. 그리고···.

   두비치나는 “괜찮냐?”고 말을 건 강찬이가 떠올랐다. 

   ‘뭘까? 그 아이, 내가 불쌍해서?’

   최악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끔찍한 사실은 오늘이 건안성의 첫날이라는 점. 앞으로 이곳에서 어떻게 하루하루를 살아내야 할지 암담했다.

   “아니, 다시 예전처럼 살진 않을 거야. 내가 얼마나 연습했는데···. 이렇게 포기할 순 없어!”

   두비치나는 아이들을 기선제압 할 마술로 어떤 것이 좋을지 상상했다. 불마술, 충분히 아이들을 겁에 질리게 할 마술이다. 그러나 마술 재료인 ‘불타는 물’은 너무 비싸서 구할 수 없다. 사람을 사라지게 하는 궤짝 마술, 그건 옆에서 도와줄 사람이 필요한 마술이다. 친구가 한 명도 없는 두비치나는 꿈도 꿔볼 수 없다.

   “꼬르륵”

   마땅히 생각나는 마술은 없는데, 뱃속에서는 배고프다고 아우성이었다. 두비치나는 양손으로 배를 움켜쥐었다. 이대로 내려가면 엄마한테 지는 것 같아 싫었다.

   “두비치나, 밥 먹으러 가자.”

   때마침 아빠가 찾아왔다. 신기하게도 아빠는 어릴 적부터 두비치나가 어디에 숨어있든지 잘 찾아냈다. 마치 투명 끈으로 연결해 놓은 것처럼 기가 막히게 두비치나가 숨은 곳을 알아냈다.

   “안 먹어! 그냥 굶어 죽을 거야!”

   두비치나가 아빠한테 심통 부렸다.

   “그건 안 되지. 그럼 우리 사랑스러운 딸을 볼 수 없잖아.”

   아빠가 두비치나 앞에 손을 내밀었다. 호박잎으로 싼 주먹밥이 있었다. 

   “역시 날 생각해주는 건 아빠뿐이야!”

   두비치나가 주먹밥을 받아 크게 한입 베었다. 그 모습을 아빠가 흐뭇하게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엄마도 네 생각 많이 하는 거 알지? 걱정하지 않으면 잔소리···.”

   “엄마 얘긴 꺼내지도 마!”

   두비치나가 성질을 부렸다.

   “하여간 똑같아. 생긴 것도 똑같고 고집 세고 자기 말만 하는 것도 똑같아.”

   아빠의 말에 두비치나는 문득 친아빠는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졌다. 진짜, 진짜 생각하기도 싫은 사람이지만 자신과 뭐가 닮았는지 알고 싶었다.

   “친아빠 보고 싶지?”

   아빠가 두비치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니, 내가 왜? 진짜 싫어. 다 그 사람 때문에 내가 괴물 취급당하는 거잖아.”

   두비치나는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서 더 강하게 부정했다.

   “너도 알지? 엄마가 여기서 네 친아빠 마니약을 만났다는 거.”

   “왜 자꾸 그 사람 얘기야?”

   “키가 무척 크고 어깨가 딱 벌어진 게 등치가 아주 좋았지. 네 엄마가 반할 만해. 물론 난 네 엄마를 짝사랑하고 있었으니까, 그 사람을 미워했지.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고마워.”

   “뭐? 고마워?”

   당황한 두비치나가 되물었다.

   “그래, 고맙지. 그 사람 아니었으면 이 세상에 너는 없는 거잖아. 생각만 해도 끔찍해. 넌 말이야, 신기하게도 엄마 품에서 울다가도 내가 안아주면 까르르 웃었어.”

   아빠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감돌았다. 

   “맞다. 이제 보니 그때부터네. 난 갓난아기 때부터 엄마랑 안 맞았어.”

   “두비치나, 그만 내려가자. 선물 줄게.”

   “뭔데?”

   “엄청 좋은 거야. 같이 가자.”

   “조금 더 있다가. 이렇게 순순히 내려가면 엄마가 이겼다고 생각한단 말이야. 춤 연습도 엄청 시킬걸.”

   “에휴~ 둘 다 지기 싫어해서···.”

   “아빠? 아빠도 내가 춤춰야 한다고 생각해? 으아~ 끔찍하다. 사람들이 괴물이 춤춘다며 놀려댈 거야.”

   두비치나가 고개를 푹 숙였다. 아빠가 그런 두비치나의 어깨를 따뜻하게 감쌌다.

   “마술을 하든, 춤추든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그게 중요하지. 늦었다. 엄마 걱정하기 전에 아빠 먼저 내려갈게. 그리고 춤 걱정은 너무 하지 마. 아빠가 잘 얘기할 테니.”

   아빠가 너럭바위에서 일어나 먼저 아래로 내려갔다. 그 모습을 두비치나가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빠가 진짜 내 친아빠였으면, 그럼 나는 춤추면서 행복했을까?’

   머릿속이 복잡한 두비치나는 너럭바위에 드러누웠다.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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