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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아 Sep 03. 2023

5. 두비치나 VS 엄마-1

2023 아르코문학창작기금 동화 부문 선정작

유랑놀이패는 금전산 기슭 아래에 임시거처를 마련했다. 대장은 성주를 만나러 갔고, 나머지 사람들은 수레에서 짐을 꺼내 정리했다. 수레에는 생활에 필요한 살림 도구뿐만 아니라, 그들이 자기 몸처럼 아끼는 여러 가지 악기와 무대의상 그리고 곡예를 할 때 필요한 도구들이 있었다.

   곡예꾼인 두비치나 아빠는 각종 공과 수레바퀴를 꺼내 꼼꼼하게 살펴보고 정리 정돈을 했다. 그러다가 ‘사람 목간’이 들어간 주머니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아빠는 두비치나가 새로운 마을에 들어가면, 이 마술 도구를 이용해서 아이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한참 전에 나간 두비치나가 낭패당하지 않을까 걱정됐다.

   아빠가 사람 목간 주머니를 들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마술 도구를 갖다주려고 발걸음을 옮기는데, 그 앞을 엄마가 가로막았다.

   “그거 내가 숨긴 거야.”

   엄마가 턱으로 사람 목간 주머니를 가리켰다.

   “뭐? 왜?”

   “눈속임으로 친굴 사귈 순 없어!”

   “그래도···. 요즘은 친아빠 찾겠단 소리도 안 하고···. 그게 다 마술 덕분 아니겠어?”

   아빠가 엄마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우리 두비치나, 춤만 제대로 추면, 있는 그대로 사랑받을 수 있어. 그럼 그까짓 눈 때문에 기죽지 않아도 돼! 근데 그놈의 마술 때문에 춤 연습도 게을리하고···.”

   “마술하고 나서는 별로 기죽지도 않는데···.”

   아빠가 중얼거렸다.

   “여보! 그건 눈속임이야! 다들 무서워서 다가오지도 못하잖아.”

   엄마가 소리쳤다.

   “그건 또 그러긴 한데···. 너무 무리하게 강요하다가 엇나가지 않을까?. 이제 겨우 어깨 펴고 돌아다니는데···.”

   “세상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아. 당신도 알잖아? 우리가 강하게 나가야 한다고! 그래야 두비치나가 현실을 받아들이고 어울려 살아갈 수 있지. 평생 끼고 살 거야?”

   엄마의 기세에 눌려 아빠는 더 이상 대꾸하지 못했다.

   “다시 한 번 말하는데, 더 이상 눈속임은 안 돼!”

   엄마가 아빠 손에 있는 사람 목간 주머니를 빼앗았다. 

   마술에 실패하고 돌아온 두비치나가 그 모습을 보았다.

   “엄마가 그런 거야?”

   “그래, 이제 눈속임 그만해. 그 꼴 좀 봐라.”

   엄마는 연지 물이 든 소맷자락을 언짢게 쳐다보았다.

   “엄마, 왜 그래? 내가 놀림당하는 게 좋아?”

   “넌? 넌 애들이 너보고 벌벌 떠는 게 좋아? 아무도 네 옆에 오지 못잖아!”

   “난 좋아! 아무도 없어도 돼. 날 괴롭히지만 않는다면 난 그걸로 족해!”

   버럭 소리를 지르는 두비치나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아니, 난 그걸로 만족하지 않아. 네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모습을 꼭 봐야겠어!”

   엄마도 지지 않고 소리쳤다.

   “이 눈으로?”

   두비치나가 까맣고 파란 눈을 부릅뜬 채 엄마를 노려보았다.

   “언제까지 눈 타령할래? 엄마가 도와준다니깐. 남들이 뭐라 수군거리든 신경 쓰지 말고 우린 열심히 춤만 추면 돼. 그럼 네 멋진 모습에 한 명 두 명 다가오게 되어 있어. 네 모습 그대로 인정받고 사랑받는 거야.”

   “인정? 사랑? 처음부터 날 이렇게 낳지 말았어야지!”

   두비치나의 목소리가 앙칼졌다.

   “얘가 진짜! 난, 난 니가 그렇게 태어날 줄 알았겠니? 근데 뭐? 까맣고 파란 눈이 뭐? 팔다리 멀쩡하고 건강하잖아! 그깟 눈이 좀 다른 게 뭐가 문제야?”

   “그게 죄야! 그게 괴물이라고! 그게 애들이 나한테 돌을 던지는 이유야! 아, 진짜 싫다!”

   “그만! 둘 다 그만해. 왜 서로 마음에도 없는 말로 상처를 주고 그래.”

   말다툼이 격해지자, 옆에서 안절부절못하던 아빠가 끼어들었다.

   “아빠도 싫어!”

   두비치나가 소리쳤다. 너무 화가 나서 엄마 아빠와 함께 있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지만 달리고 또 달렸다. 무작정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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