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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수나 Aug 21. 2023

에코리더

7

  쥐에 놀란 뒤에도 폐건전지 수거는 계속됐다. 영인은 고집스럽고 끈질기게 마지막 동의 수거함까지 탈탈 털었다. 카트를 끌 힘조차 없는 나는 놀이터 가장자리에 있는 벤치에 털썩 주저앉았다. 영인이 따라와 나란히 앉았다.

   놀이터 한쪽에서 아이들이 유난히 떠들썩했다. 아이들은 하나같이 목을 빼고 위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나도 아이들을 따라 고개를 위로 뺐다. 놀이터 끝에 있는 미끄럼틀에서부터 반대편에 있는 정글짐까지 공중에 비스듬히 줄이 매여 있었다. 줄에는 도르래를 단 타이어가 매달려 있었는데 아이들은 그걸 타겠다고 한 줄로 늘어서서 순서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아이들이 타이어에 양팔로 매달려 몸을 최대한 축 늘어뜨렸다. 그러면 타이어는 어드벤처 놀이 기구처럼 속도를 내며 반대편으로 쏜살같이 내려갔다. 매달린 아이는 무서워서인지, 신이 나서인지 악, 악 소리를 질러 댔다. 

   아파트 단지에서 가장 인기 있는 놀이 기구였다. 평일은 물론 주말엔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타이어 앞에 아이들이 줄을 섰다. 심지어는 다른 아파트 단지 아이들이 원정을 오기도 했다. 밤늦게까지 소음에 시달리고, 주말에도 늦잠을 잘 수 없었던 놀이터 옆 동 주민들의 민원이 쇄도했다. 

   “분리수거다, 택배다, 할 일이 태산인데, 별스러운 일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니까요.”

  어느 틈에 왔는지, 정문에 있던 경비가 순찰하다 벤치 곁으로 다가왔다. 그는 오후 6시만 되면 타이어를 떼서 경비실에 보관했다가 다음 날 아침 10시가 되면 다시 타이어를 매달아야 했다.  

   타이어를 타고 온 내려온 아이가 출발점으로 다시 달려왔다. 경비의 마땅찮은 눈초리에도 아랑곳없이 아이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아이들의 순환은 끝이 없었다. 

   “에너자이저가 따로 없네. 저 애들은 방전되는 일도 없을 것 같아.”

   난 아이들이 노는 모양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그들의 에너지는 초록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날 모은 폐건전지는 박스의 절반을 채웠다. 아파트 정문 앞에서 헤어진 영인은 아쉬운 표정으로 박스를 실은 카트를 통째로 끌고 갔다. 나는 엄마 없는 집에 혼자 들어가기 싫은 아이처럼 아파트 안을 배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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