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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수나 Aug 21. 2023

에코리더

5

   또 다른 수거함 속에는 썩은 쥐가 들어 있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열다가 뒤로 나자빠질 뻔했다. 그런 곳에 어떻게 들어갔는지, 쏟아져 나온 건전지들 틈에 검은 털이 있는 물체가 섞여 나왔을 땐, 인형이 버려졌나 했다. 그런데 하수구 썩는 내가 진동했다. 하마터면 손으로 집을 뻔했다. 손바닥 반도 안 되는 새끼 쥐였다. 죽은 지 오래되었는지 사지가 뻣뻣했다. 쥐를 가까이 본 적도 별로 없었지만, 뻣뻣하게 굳은 쥐는 처음이었다. 

   ‘네가 입을 열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이 바닥에서 영원히 아웃이야.’

   딸은 수시로 협박당했다. 조직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으로 선배들은 한패가 되었다.

   수석으로 입사할 만큼 능력 있고 성실했던 딸이 느닷없이 다른 부서로 발령받았을 땐, 그래도 마음은 더 편해질 거라 기대했다. 

   ‘새로 발령받은 부서엔 팀원이 나 혼자였다. 사무실엔 내 책상도, 컴퓨터도 비품도 캐비넷도 없었다. 그만두고 싶지도 않고, 그만둘 수도 없는데, 시키는 대로 하라는 다그침과 압박만 있었다.’

   딸의 노트에 적혀 있는 구절들을 읽었을 땐 나는 머리가 하얘져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넋이 빠져 있는 나와는 달리, 영인이 침착하게 주변을 살폈다. 어디선가 부러진 소나무 가지를 두 개 주워 왔다. 두 손으로 나뭇가지를 젓가락처럼 놀려 죽은 쥐를 집어 올리더니 아파트 울타리 넘어 개천으로 휙 내던졌다. 나는 기어이 따라가서 연두색 철제 울타리 틈으로 개천에 떠내려가는 쥐를 지켜봤다. 쥐는 검은 부직포처럼 사지를 펼치고 개천 위로 천천히 흘러갔다.      

   연못 위로 수많은 원이 생겼다 사라졌다. 그 모습을 현기증이 나게 들여다보았다. 왠지 홀가분하고, 멍한 상태가 되어 모든 걸 쉽게 끝낼 수 있을 것도 같았다.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일은 쉽지 않아 여전히 넋을 놓고 있었다. 

   간혹 내리꽂히는 빗방울에 연못은 작은 몸부림처럼 물방울을 튕겨 냈다. 난 그것조차 연못이 순응하는 거로 보았다. 왜 몰랐을까. 현관문 앞에 서서 파이팅을 외치는 나를 향해 맥없이 웃던 딸의 모습, 입사한 지 얼마 안 되는 딸이 적응하느라 지쳐 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딸은 조금씩 소진되고 있었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딸은 제 동기들보다 이상하게 근무 일수도 야근도 많았다. 

   ‘밥도 못 먹고 화장실도 못 가고, 견딜 수 없는데, 그만둘 수도 없다.’ 

   일기장에 적혀 있던 딸의 목소리가 물결처럼 연못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난 딸이 어엿한 직장인인 것을 포기하지 못했다. 딸이 소모품처럼 취급받는 줄도 모르고 계속 그곳으로 밀어 넣었다. 딸이 이제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인정받는 사람으로 살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어서, 힘들다는 내색을 할 때마다, 사회생활이란 다 그런 거라고, 적당히 달랬다. 딸은 회사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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