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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뛰는 달리기는 더 즐겁다

운동으로 엮이는 끈끈한 유대감

by 글쓰는 스칼렛


우리가 사회적 관계를 맺는 루트는 다양하다.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한 가족의 확대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그리고 그 밖의 사회적 모임 등에서 말이다.

요즘은 밴드나 카페를 통해 자신의 취향이나 선호에 따라 다양한 모임에 얼마든지 가입할 수 있다. 정적인 그림이나 글, 독서모임뿐만 아니라 동적인 운동 모임도 그 종류가 가지각색이다.


오늘은 내가 속해있는 독서모임에서 가지를 치고 나온 소규모 운동 번개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보통 때는 책을 읽고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나누었는데 밖에서 운동으로 보게 되니 더 유대감이 끈끈해지는 느낌이었다. 마침 손가락과 발로 별을 그릴 수 있도록 다섯 사람이 모였는데 모두 운동을 취미로 삼고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공원에 모여 더도 말고 덜도 말고 5km를 뛰었다. 그리고 한 회원분이 가지고 온 과일을 나누어 먹으며 도담도담 담소를 나눌 수 있었다.


적당한 바람과 온도가 받쳐주는, 딱 운동하기 좋은 저녁이었다. 흑백의 도화지를 배경 삼아 마주치고 엮이는 나뭇가지들 사이로 둥그런 달이 노란 살결을 보여주고 있었다. 언덕을 타고 나에게 넘어오던 바람은 혼자 오기 싫었던지 꽃과 풀의 흔적을 담아 나에게 건넸다.

탁탁탁, 턱턱턱...

오르막에서는 다소 둔탁하지만 느린 발걸음으로, 내리막에서는 가볍지만 적당히 속도로, 이완과 긴장을 섞어가며 다섯 명의 발걸음은 함께 맞춰졌다.


운동을 끝내니 모두의 이마에 총총히 땀이 맺혀 있었다. 덕택에 훈풍의 시원함을 배로 느끼며 우리는 과일을 입속에서 시원 달콤하게 터트려 삼켰다.

즐거운 담소는 어색함이 끼어들 새도 없이 줄줄이 이어졌다. 모두들 건강에 관심이 많은 만큼 운동 이야기, 수면 이야기, 음식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다. 사이사이 세상의 다양한 사연과 정보들도 양념이 되어 그곳에 감칠맛을 우려냈다.



회원들과 함께 나누어 먹었던 과일과 음료



건강에 가끔씩 노란 불이 켜지는 것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다들 저마다의 고민이 있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식단으로, 운동으로, 생활습관으로 개선해나가고 있었다. 나는 건강검진 때 알쏭달쏭 고혈압이 떠서 종종 재측정을 하곤 했는데 옆의 언니는 저혈압으로 다음날 다시 병원을 찾은 적도 있었다고 했다. 나는 주치의 선생님께 고지혈증 근접 단계로 금주와 간식 금지라는 명을 받기도 했는데 옆의 회원은 약을 여러 번 권장받았다며 동지애를 느끼며 손뼉을 마주치기도 했다. 저속 노화를 위해 잠의 중요성과 시간도 언급하며 서로의 수면 패턴과 변화도 공유했다.




함께 달리며 호흡하고, 이어서 대화를 통해 정서적, 인지적 교감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은 행복감이 더 활발하게 몸을 타고 다니는 느낌이었다. 나의 신체는 산뜻하게 각성되었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유대감은 더 큰 만족이 되어 얼굴에 생기를 돋게 했다. 평소 시간을 잘게 쪼개 쓰는 성격이다 보니 혼자 하는 운동에 길들여졌었고 편하다고 느끼는 나였다. 등산을 하든, 달리기를 하든, 운동시간조차 집에 있을 아이들이 밟혔었다. 그래서 최대한 밀도 있게 운동을 끝내고 휴식 없이 부리나케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었다.



이런 나의 건조했던 운동 패턴에 빈도수가 잦진 않지만 타인과 함께하는 운동모임은 새로웠고 활기를 전해줬다. 서로가 더 알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친밀감을 더 두텁게 형성시켰다. 나의 기분과 생각을 다른 색깔로 전환하기에 충분했다. 갑상선저하증이라 운동을 안 할 수도, 과격히 하기에도 뭔가 찜찜하고 조심스러운 면이 있다. 그렇기에 내가 지치지 않게, 외롭지 않게, 평범한 일상 속에 마치 선물처럼 나타나 함께 걷고, 같이 바라보고, 손을 맞잡아 주는 동료들은 소중했고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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