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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에서 자신을 붙들어줄 확실한 목적과 동기를 설정하라

by 글쓰는 스칼렛


2025년은 내 나이가 45가 되면서 삶에서 변곡점이 된 해이다. 그동안은 '세 아이를 키우는 양육과 교육'이라는 안정적이고 내세우기 좋은 간판뒤에서 자유 시간을 즐겼다. 운동을 하고, 인생의 행복을 찾아 책을 읽고, 블로그에 글을 남기고 사람들과의 모임을 즐겼다. 엘리트 학원만큼 실력을 뛰어난 경지로 올려놓지는 못하더라도 엄마와 함께하는 세 아이의 공부 또한 최소 같은 또래 친구들의 평균에는 뒤지지 않는다는 자부심도 깔린 상태였다.

투자가 잘 되면서 경제적 고민에 별 고민이 없던 때였다.


하지만 이 년 전부터 꼬이고 뒤틀리기 시작했다. 투자의 선택이 잘못된 건지, 대출과 자산 배분이 잘 못 된 건지, 대외적 요인에 속절없이 부서지고 꺾인 것인지... 아니 어쩌면 여러 개가 뒤엉키고 헝클어져 이 같은 결과를 초래한 것일지도 몰랐다. 나는 손발은 빼고 도피하고 외면했다. 그저 시간의 흐름에 자연스레 해결되기만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결과는 하향곡선을 그려나갔다.

어두운 그림자는 음흉한 입꼬리로 나를 비웃었다. 나의 목을 조르려 하고, 손톱이 길게 자란 징그러운 손으로 어떠냐고 나의 턱을 치켜세우려는 것 같았다. 튀어나온 탁하게 이글거리는 눈빛 안에서 투자로 쉽고 화려한 삶을 꿈꿨던 나의 욕심이 변색되고 일그러진 채 비춰졌다.


다행히 최악의 순간은 면했다. 최대미분양지의 대구에서 헐값이긴 해도 집도 팔았다. 취업도 했다. 하지만 아이 셋을 키우려니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세 아들의 미래 준비를 위해 안정적이지만 더 높은 급여의 직장이 필요했다. 나의 정신을 꽉 잡아줄 동아줄이 필요했다.

그것은 바로 '글 쓰기', '운동', '자격증 취득'이었다. 글쓰기는 나의 궁극적 목표인 출판과 강연을 위해, 운동은 스트레스 해소와 길고 굵게 헤쳐나갈 체력을 위해, 자격증 취득은 보다 높은 수입창출을 위한 발판으로 필요했다. 각각의 목표는 미래의 청사진도 분명하다. 브런치 연재글은 나의 강연과 출판의 소스들이 될 것이다. 운동은 여러 갈래로 나눠진다. 요가는 강사에 버금가는 실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유연성을 확대하고 자세를 교정하려고 노력한다. 춤도 강좌수업과 인스타를 통해 보다 다양한 테크닉을 갖출 수 있게 조금씩 시도하고 있다. 달리기는 가장 자신이 없지만 근교에서 행해지는 대회에 참가하며 감을 잃지 않으려 한다. 실력은 제일 부족한 부분인데 인증의 성취는 제일 크다. 등산은 말할 나위 없이 최애 운동이다. 나를 숨 쉬게 하고 삶과 자연에 감사함을 느끼게 하는 행복감의 장소가 되어준다. 운동은 노력하는 만큼 결과물이 나오니 어쩌면 지금의 나를 이끌어가는 가장 큰 동력이자 스트레스 해소판이 되어주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험과 강좌를 통해 얻게 될 '자격증 취득'.

우선은 시험에 붙어야 하고, 혹시 되더라도 실전 경험 기회가 주어질지는 세상에 부딪혀봐야 알 수 있다. 나의 커리어를 한 층 쌓아 올리기에 가장 현실적이라는 판단을 했었다. 혹시 계획대로 착착 진행된다면 당연히 브런치 연재글로 오픈할 것이다.

스스로가 느슨해질 때마다, 다른 잡생각이 날 때마다 이 세 가지 목표를 상기시킨다. 현재 나를 씩씩하게 할 수 있는 동력이다. 미래를 생각하며 지금의 여건이나 환경을 개선할 희망을 가질 수 있다. 흘러가버린 삼십 대의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고 나이 듦으로 더 아름답게 보일 수 있는 전진을 그려볼 수 있다.

시간을 나눠 써야 하기에 몰두하는 자신이 자랑스럽게 느껴지고, 어제보다 오늘의 사진에서 유연성과 근육이 강화되었기에 다음 운동이 더 기대된다. 머릿속에 꾹꾹 집어넣었던 지식은 나를 쓸모 있게 드러내는 유용함이 될 것이고, 결국 나의 직함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되면 용어와 문장이 다르게 읽힌다.

작년 하반기에서 올해 상반기에 직장을 알아보면서 능력 없는 자신과 사십 중반의 나이에 낙담했었다. 요양보호사와 간호조무사, 한식 자격증 등 실전에서 쓰일 자격증을 하나도 갖추지 못했음에, 무엇보다 시간을 무의미하게 흘러 보냈음에 자책했었다. 하지만 더 늦기 전에 정신을 차릴 기회가 주어져서 다행이었다. 희망의 끈을 스스로가 발견하고 시도할 수 있는 여건이 받쳐줘서 행운이었다. 이제 내가 노력하면 된다. 포기하지 않으면 되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놓지 않으면 된다.

그래서, 어느 순간, 나는 마이크를 잡고 사람들 앞에서 웃으며 말을 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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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