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동안 찍었던 사진들로 이야기를 엮어보려고 합니다.
추석이라고 연재글을 건너뛸까 생각했어요.
그래도 제 글을 기다리시는 분이 있겠죠? 형식적인 라이킷인지, 연재 요일이 되어 글을 읽고 라이킷을 해 주시는지, 그건 알 수 없지만 분명 계실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 저 또한 안부가 궁금한 작가님들이 몇 분 계시는데 요즘 통 글을 남기지를 않으세요. 다치신 건지, 집에 안 좋은 일이 생기신 건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무사히 복귀하셔서 글을 남겨주실 수 있기를 바라며, 한가위 보름달의 환한 기운이 그분들께 비춰지면 좋겠습니다.
그럼 제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사진첩에 있는 것 중 제일 먼저 당첨된 것입니다.
좋아하는 것을 잘 지키기 위해서는,
좋아하는 사람과 관계를 잘 형성해 나가기 위해서는,
말도, 행동도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대지 않게 노력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얼핏 보기에는 씩씩한 사람 같으시죠?
행동이나 외향적인 측면에서는 분명 당차고 용감한 구석이 있다고 생각되지만 의외로 섬세한 면이 있어요.^^;;
특히 언어와 말에 있어서는 조금 민감하다고 해야 할까요?
몇 년, 오랜 기간의 추억과 인연이 상대방이 쉽게 내뱉은 말에 무너진 적이 있습니다.
'나를 가치 있는 존재로 생각했다면 저런 말을 할 수 있었을까?'
'많은 대화와 이야기를 통해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 이미 알고 있었을 텐데 거친 말을 쏟아내지 않는다면 내가 이해를 못 할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온화한 말로 부드러운 타협을 이끌어도 충분했을 텐데
그 단어, 그 문장... 평생 뇌리에 꽂혀 잊혀지지 않을 말을 기어이 입 밖으로 내뱉었어야 내가 수긍을 할 것으로 생각했을까?'
그래서 저는 오히려 화가 나거나, 마음이 안 좋아지려고 하면 말을 아끼려고 하고 침착해지려고 노력합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독이 묻은 화살이 되어 혹시나 상대의 마음에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남길까 봐요.
그래도 알고는 있습니다.
저 또한 살면서 분명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을 거란 것을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그렇기 때문에 가끔은 세상을 살기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높은 경사의 바위를 오를 때,
빼꼼히 얼굴을 내미는
밧줄 위에 꽃송이를 무심히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도움이 필요하여 손을 뻗었던 순간,
눈에 들어온 꽃에서 활력을 되찾을 수 있었으니까요.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무언가로 기쁨을 찾고,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옹기종기. 가지런히.
차례차례 바위를 타고 올라간 덩굴입니다.
어쩜 저렇게 줄을 잘 지켰을까요?
너나 할 것 없이 비슷하게 엮어져 올라갔을까요?
삐뚤빼뚤 앞다투어 싸우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저 자리를 내어준 바위에게 고마워하며
조금씩 성장한 것 같습니다.
우리는 가끔씩 별 것 아닌데,
사소한 것에 줄을 세우고,
서열을 나누고,
편을 가르는 것 같습니다.
내가 조금 더 우위에 있다는 판단이 들면 마음이 편해질까요?
상대의 단점이나 흠을 발견하면 그것이 하나의 위로가 될 수 있을까요?
멀리서 보면,
큰 틀에서 보면,
우리는 결국 비슷한 미물일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차피 가을이 오면 색이 변하고 잎이 떨어질 겁니다.
추운 겨울이 되면 그곳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을 테지요.
있는 동안,
함께 어울리는 동안,
보듬어주고, 칭찬해 주고, 아껴줄 수 있는,
그래서 조금이라도 너그러운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요가를 찍으면 좋은 점이,
이렇게 올려다본 풍경이 멋질 때가 있습니다.
온 가지를 사방으로 뻗어내어 하늘을 가릴 만큼 수많은 잎을 성장시킨 한 그루 나무.
수 십 년의 세월에 일 년도 빠짐없이
매년 자신을 성장시켰을 것입니다.
저곳은 새들의 쉼터가 되기도 하고,
수많은 곤충의 놀이터가 되었을 것입니다.
다람쥐가 도토리를 물고 휴식을 갖기도 하고,
어느 생명체에게는 짝짓기의 은밀한 자리가 되기도 했을 테지요.
태풍의 매서운 바람에 가지가 부러져도,
알 수 없는 이상기후에 견디기 힘든 날씨가 지속되어도,
자신의 본분을 잃지 않았습니다.
그 인고의 결실이 두꺼운 나무기둥으로,
주변을 가득 메꾼 상쾌한 공기로
우리에게 가볍지 않은 무게감을 전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전 가끔씩 슬픈 감정이 들 때,
커다란 나무 기둥을 만지는 습관이 있습니다.
'너도 슬플 때가 많았지?'
'너에게 외로울 때가 왜 없었을까?'
'그래도 이렇게 많이 컸네.'
'변함없이 할 일을 묵묵히 하고 멋지게 성장해 줬구나.'
하면서 말이죠.
그리고 가만히 냄새를 맡아봅니다.
자연의 깨끗함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특유의 냄새.
그 촉감과 후각이 하나의 치료제가 되어
저의 마음에도 새로운 기운이 들어설 수 있기를...
그리고 나무 또한 계속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기를...
오늘도 따뜻한 감정을 얻어갑니다.
저는 여름을 좋아합니다.
입고 싶은 옷을 입고 원 없이 등산을 다녔던 것 같습니다.
우거진 풀숲을,
진한 초록의 능선을,
그와 대조되는 파란 하늘을
맘껏 보고, 즐기고, 누렸습니다.
다가오는 단풍도 사랑스럽게 볼 수 있기를,
떨어진 낙엽도 가치 있게 여길 수 있기를,
앙상해질 가지에서도 배움을 얻어갈 수 있기를.
언제나, 변함없이, 산을 사랑하고
좋은 감정을 느껴갈 수 있기를 마음속에 품어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풍성하고 즐거운 한가위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