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다닥, 파다닥...
내가 살아가는 모습이 부산하다.
뭘 그렇게 허둥지둥 설레발을 치며 사는지...
몰아세우다 긴장이 한순간에 풀어지면
잠시 소파에 누워 쪽잠을 청해 본다.
자고 일어났더니 한결 몸이 개운하다.
오늘은 마음이 가라앉는 날이다.
마음에도 층이 있을까?
위를 향하고픈 욕심이 겹겹이 더해져
위태롭게 멀뚱히 긴 계단일까?
아니면
점점 흐릿해지고 사라질 것 같은
추억과 기억과 감정을 붙들고픈 마음에
아래로 아래로 계속해서 층을 내는 집착의 계단이 있을까?
이럴 때는 집에 와서
아이들의 일상 대화를 듣는 것만으로도 힘이 난다.
둘째는 항상 무슨 에너지가 저렇게 많은지...
끊임없이 장난을 걸고 재미있는 일들을 생각해 낸다.
흥이 많은 막내도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가끔씩 매력적인 애교를 날리며
귀여움을 발산한다.
어른인 나의 무겁고 칙칙하고 흐린 마음과는 별도로
어린이다운 천진함이
공기를, 마음을, 생각을 정화시켜 준다.
첫째도 이렇게 좀 놔두고, 다그치지 않고 키울걸.
조용하고 내성적인 첫째는
나의 지워지지 않는 죄책감과 미안함이다.
'민들레'...
아이들과의 추억이 가장 많은 꽃이다.
예전 동네에서 지나는 길에 민들레가 많았다.
이리저리 뛰고 걸으며,
수많은 민들레 씨앗을 바람에 날려 멀리 보냈었다.
나도 즐겁고
아이들도 신이 났었던 기억이다.
이렇게 추억이 묻어나는 사물은 무척 소중하다.
기억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등산을 갔다.
운이 좋아 바로 눈앞에서
나비가 꿀을 먹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예쁘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사진을 찍고 보니 왜 날개는 저렇게 다치고 찢어진 건지...
화려해 보이고
남부럽지 않게 사는 듯한 사람들의 모습 안에서도
상처가 있을지도 모른다.
가끔씩 울컥이게 만드는 흉터가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없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좋은 말을 많이 해 주는 사람이고 싶다.
장점을 발견해 주는 사람이고 싶다.
날 서고 매서운 말보다
따뜻한 말을 건네는 사람이고 싶다.
가만히 있어도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일
투성이인 세상에서,
그래도 이런 게 사는 맛이고 어울리는 맛이라고,
같이 웃을 수 있는 경우를 많이 만들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다친 날개로도 꽃을 찾은 나비처럼
아픔을 끌어안고,
흉터를 지닌 채로,
꿈을 꾸고 행복의 요소를 찾아 떠날 수 있는,
나비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고민을 끌어 안고 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도전해 보는 길...
나비가 꿀을 찾아 떠나듯
나도
나를 웃게 하고,
삶의 영양분을 제공해 주는 곳을 찾아,
언제든,
자유롭게,
날개를 펼쳐 날아갈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