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버섯과 떨어진 단풍. 무용함이 유용함이 될 수 있도록

by 글쓰는 스칼렛


지난주에 많은 일을 했다.

학원 일을 병행하며

월요일에서 수요일까지 대학교 중간고사를 끝냈고

토요일에 국가공인 자격증 시험을 쳤다.


선택과 집중을 못 하는,

이것저것 잡다하게 파는 노점상 같은 삶이라 하더라도,

나는 흐뭇했고 보람찼었다.


체력과 집중을 극한으로 몰아세우며

속이 메슥거릴 정도로 최선을 다했다.

평소 운동을 안 하지도 않았는데

몸이 결리고,

허리가 아프고,

등이 굳는 경직감이 느껴졌었다.


다 끝내고 나니,

더 잘할 수 있었던 부분,

효율적인 방법들이 떠오르며

후회와 미련이 남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결과의 좋고, 나쁨을 떠나

난 최선을 다했다.

또다시 같은 상황이 반복되어도 이렇게 할 것 같다.


그래서

어제와 오늘의

여유로운 휴식이 달콤하다.

사람들과 함께하는 분위기와

많은 표정과 이야기들이 즐겁다.

그들의 생각과 마음과 배려가

사람 사는 맛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치 섞여야지만

더 맛있어지는 비빔밥처럼,

하얀 쌀밥만 먹다가

오랜만에 풍족한 재료들이

미각을 풍요롭게 이끌어내는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산에 가면 버섯에 눈길이 간다.

죽은 나무에서도 싹을 틔우는 버섯.

무용함이 절대적인 무용함이 되지 않기를...

무용함 속에서도 유용함이 발견되길 바라는 마음이

시선으로 꽂히나 보다.


​식용인지, 독버섯인지

난 알지 못한다.

그래서 만지지도 않는다.


​단지

저 버섯도

세상에 싹을 틔우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믿고 싶을 뿐이다.




빨간 단풍이 바위 위에 내려앉았다.

가지에서 떨어져 나와도

여유로운 존재감에 아름답게 보이는 것처럼,

빨갛던 열정도, 사랑도,

고이 지켜 낼 수 있기를...

마지막까지 자신의 빛깔을 잃지 않기를 바래본다.




더 빨리 이루는 길,

더 정확하게 성취할 수 있는 길...

누군가는 제대로 갈 수 있는 길이 있다고

효율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남편도 가끔씩 말한다.

혼자만의 똥고집을 꺾지 않는다고.


하지만 오늘만은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이게 나다.

나는 내가 좋다.

나의 선택이 좋고

나의 자유가 좋다."고...


나의 인생행로는

삐걱거리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돌아가는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자주,

웃으며,

이렇게 느끼며 살고 싶다.


'거기서 충분히 행복했었다고.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즐거웠다고.

그래서 나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