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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국현 Sep 09. 2024

부부 10. 애인 따로 남편 따로

단편소설, 부부, 장편소설




  신랑이 집에서 저녁 먹겠다고 전화가 왔다. 

  잠시 뒤에, 집 앞에서 봐, 라고 문자를 보냈다.

  저녁을 준비하는데 허벅지 안쪽이 떨리는 것이 몸이 달아오른다. 근질근질했다. 신랑은 삼겹살 한 근을 소주 한 병을 반주로 해서 혼자 다 먹었다. 난 두 점 정도 먹는 둥 마는 둥···, 저녁을 먹고 나서, 남편은 소파에 앉아 여기저기 채널을 돌리더니, 골프 방송을 고정한다. 

  소파 팔걸이에 쿠션 놓고 비스듬히 눕는다. 과자 한 봉지를 손에 들고, 손에 든 것 말고도, 과자 한 봉지가 소파 밑에 팔 뻗으면 닿을 거리에 놓여있다. 그 앞에는 핸드폰과 TV리모콘이 있다. 코끝에 금테안경을 걸치고, 나와 눈이 마주친다. 저 자세로 최소한 두 시간은 꿈쩍도 안 할 거라는 것을 알고 있다. 

  배가 임신 8개월쯤 된다, 당뇨에 고혈압, 고지혈증이 있는 남자다. 당뇨는 인슐린 주사를 맞을 정도로 심각하다고 마누라인 나는 걱정을 하는데, 

  본인은 병원 다니면서 인슐린 처방을 받으면서 살면 된다고···, 

  신약이 계속 개발이 되고 있으니 걱정 안 해도 된다고, 

  돈으로 해결하면 된다면서···, 

  먹을 거 다 먹으면서 살겠다고 한다. 

  저 몸으로 골프 타수가 90개를 안 넘으니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시아버지 따라서 20살부터 골프를 쳤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 시아버지가 사업을 크게 해서 어릴 때부터 돈 걱정 안 하고 살아온 남자이다. 남편은 임대사업자이다. 사당역에 8층 건물이 있고, 안양 1번지에 4층 건물이 있다. 시어머니는 아들 하나에 딸이 둘이다. 



  평생을 근심 걱정이 무엇인지 모르고 살아온 남자이다.     

  집 앞, 평촌 공원 후문에서 만나는 것은 정해진 약속이었다. 

  신랑을 쳐다보고, 나 운동하고 올게, 두 시간 정도 걸려, 라고 말을 한다. 

  신랑이 너무 늦지 마라, 운동 끝났으면 바로 집에 와야지, 카페 가서 무슨 수다를 그렇게 떠니, 신랑이 말한다. 

  신랑은 내가 동네 아줌마들하고 운동하는 줄 안다. 

  운동을 핑계로 여자들 수다 떠는 거지, 뭐···, 어쩌다가 한 번이야, 시간을 맞추기도 힘들어, 다들 신랑 눈치 보느라···, 여자들끼리 가지는 자유시간···, 이라고 말한다.

  나이키 브랜드의 러닝복을 입은 나는 두 손으로 머리끈을 둘러메면서 신랑을 보면서 말한다. 

  작은애가 11시쯤 올 거니깐, 그전에는 무조건 올 거야, 내가 이어서 말을 한다. 

  신랑이 나를 보더니, 알았어, 라고 말을 하고 시선을 돌려 TV 본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평촌 중앙공원으로 뛰었다. 5분 정도 걸릴 것이다. 아파트 두 블록을 지나는 건데, 가로지르는 길로 뛰어간다. 승용차가 보인다. 7시 30분에서 2분 늦었다. 아마도 5분 전에 와 있었을 것이다. 

  망설이지 않고 조수석 문을 열고 탄다. 타자마자 차가 움직인다. 운전하는 남자가 내 손을 잡는다. 와이셔츠 소매를 걷어 팽팽하게 움직이는 팔뚝의 힘줄을 보여주고 있다. 남자는 나를 한번 보고 웃는다. 웃옷과 넥타이는 뒷좌석에 던져 있다. 

  인덕원으로 갈까, 라고 남자가 말한다. 

  아니, 요 앞 농수산물 도매시장 건너편에 모텔이 있잖아, 거기로 가자, 내가 말한다. 

  순환 고속도로 타고 그 앞으로 내려오는데, 거기 모텔 많더라, 그런데···, 집하고 너무 가깝잖아. 동네잖아, 남자가 말한다. 

  괜찮다고 내가 말한다. 

  남자가 왼손으로 운전을 하면서 오른손을 뻗어 내 가슴을 만진다. 여자가 된 나는 남자의 부드럽고 단단한 손길이 주는 감각에 집중한다.

  차가 모텔로 들어갔고, 남자가 키를 받아 온다. 방에 들어가서 남자가 샤워하고 자기 몸을 수건으로 가리고 걸어 나온다. 

  나를 보더니, 사워 안 해, 라고 말한다. 

  내가 웃으면서, 샤워 안 해, 나 운동하러 나온 거야, 땀 냄새 나는 게 맞지, 다른 냄새 나면 되겠니, 라고 말한다. 

  내가 옷을 벗는다. 

  남자가 나에게 다가온다. 

  뱃살이 전혀 없는 다부진 몸이다. 남자가 몸에 두른 수건을 던지고, 침대에 눕는다. 그 옆에 내가 눕는다. 남자가 팔을 뻗어 내 머리 뒤로 넣는다. 남자 팔을 베고 몸을 돌려 남자의 눈을 본다. 남편하고는 너무 다른 몸이다. 서두르지 않고 서로의 몸을 만진다. 사랑의 불꽃이 흥분으로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집에서부터 나와서 여기까지 30여 분 지났다. 앞으로 최소한 1시간을 이 남자와 즐길 수 있다. 

  남편하고는 일 년에 2번이나 3번 정도, 섹스리스 부부이다.

  남자 품 안에서 신나게 몸을 풀어보고 싶은 그런 욕망이 생길 때가 있다. 

  부부관계 한 지 오래되었다고 하면서, 분위기를 만들려고 하면, 남편은 피곤하다고 핑계를 댄다. 무엇보다도 성욕이 안 생긴다고 한다. 40대 후반인데···, 벌써 그러면 어떻게 하냐고, 병원 가자고 하였더니, 무슨···, 하면서 말도 못 꺼내게 한다. 

  일주일에 4번 정도는 술 먹고 취해서 들어온다. 

  집에 있으면, 소파하고 뒹굴다 소파에서 잘 때도 종종 있다. 자기는 소파가 편하다고 한다. 

  남편이 있지만, 남편이 없는 여자였다. 외로움으로 살아가는 여자, 외로움은 나의 운명이 되었다. 마누라가 아닌 여자로 사는 게 너무 힘들었다.      



  이 남자는 결혼 전에 잠깐 만났던 사람이니, 20년 전에 만났던 남자다. 

  첫 남자는 아니었다. 

  이 남자에게도 내가 첫 여자가 아니었다. 

  성격이 모나지 않고, 세상을 보는 눈이 반듯했고, 큰 욕심 안 부리고, 헛된 꿈을 꾸지도 않고, 전체적으로 좋은 남자였지만, 경제력에 문제가 있었다. 

  동생이 4명이 있었고, 홀어머니 모시는 장남이었다. 넉넉한 집이 아니었다. 혼자 벌어서 형제들과 어머니를 책임져야 하는 남자였다. 그때 남편을 소개받았다. 

  현실을 봐야 한다는 생각에 두 사람을 놓고 비교하였다. 

  남편을 선택하였다. 술 좋아하고, 철없고, 자기 고집이 있고, 약간의 마마보이 기질이 보이고, 부잣집 도련님들이 그렇듯 모난 성격은 아니고···, 

  남편을 선택하면 평생 돈 걱정 안 하고 살 것 같았다. 

  결혼하고 보니 내 생각이 맞았다. 

  돈 걱정 안 하고 사는데, 철이 없어 자기 몸 관리할 줄 모르고, 식탐이 있어 먹는 것에 환장하고, 특히 기름진 음식이 있으면 반드시 술을 먹어야 하는 사람이다. 

  저녁 메뉴 중에 기름지지 않은 음식이 거의 없다는 것이 탈이다. 부부 문제든 아이들 문제든 중요한 의사결정은 마누라가 아니라 어머니 뜻에 따라야 하고···, 

  성적 취향이 나하고 달랐다. 

  흔히들 궁합이라고 하지만, 안 맞는다. 애는 둘이나 놓고 살지만, 애 놓자고만 부부 관계하는 것이 아니다. 

  성적 유희를 즐기는 것이 사람이다. 

  청상과부가 허벅지에 송곳 찍어가면서 사는 시대도 아니고···, 부부는 궁합이 맞아야 한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하면서 살고 있다. 

  시간이 세월이 되어 시들어갈수록 참을 수 없었다. 뭔가 수를 내야 했다.

  결혼 전에 남편하고 비교하면서 고민했던 이 남자가 생각났다. 

  남자는 과천에 산다. 과천에서 평촌은 가까운 거리이다. 실리콘 사업을 한다고 하는데, 돈을 잘 버는 것 같다. 연애할 때 같이 잠을 잔 적이 있었다. 그때 거침없이 행동하는 것이 좋았다. 

  옷을 입었을 때와 옷을 벗었을 때가 다른 남자였다.      

  내 몸 깊숙한 곳에 있는 욕망의 불씨를 이 남자는 1시간 동안 쾌락의 즐거움으로 바꾸어 놓았다. 뜨거운 용암에 땅속 모든 것이 녹아들어 가듯 내 몸속 깊은 곳에서 떨림이 계속되었다. 

  나는 불규칙적으로 들려오는 숨소리가 좋다. 

  분노하는 듯이 자연스럽게 몸이 내는 떨림이 좋다. 

  신랑하고는 이것이 없다. 

  부부의 사랑은 섹스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육체적 결합이 없는 부부는 길을 잃어버린 부부이다. 

  가짜 부부이다. 

  부부로 존재할 의미는 사라진 것이다.

  한 시간 뒤에 남자는 처음에 만났던 중앙공원 근처에 나를 내려 준다. 차에서 내리기 전에 남자와 입맞춤을 한다. 조심해서 가, 라고 말하고 나는 내린다. 나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평촌 공원을 한 바퀴 돌고 집을 향해 뛴다. 

  집에 들어가니, 남편은 소파에 누워 골프 방송을 여전히 보고 있다. 소파 밑에는 알맹이 없는 과자봉지가 널려있다.

  얼굴에 피곤하다는 미소를 살짝 지으며 서두르거나 허둥거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신랑과 눈을 맞춘다.

  나를 보더니 일찍 왔네, 한다. 

  나는, 당신 눈치 보여서 일찍 왔어, 하고는 욕실로 들어간다. 남편은 내가 욕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내가 언제 눈치 줬어, 남편의 목소리가 내 귀에 들어온다.

  샤워하고 나와서 오렌지를 냉장고에서 꺼낸다. 

  여자가 아닌 마누라의 모습으로 남편 옆에 앉는다. 

  껍질을 벗기고 하나를 건네고, 나도 먹는다. 

  오렌지를 한입에 넣더니, 눈을 깜빡이며 하나를 더 달라는 듯이 안경 너머로 나를 쳐다본다. 

  남편에게 운동 좀 하라고 말한다. 

  당신이 오래 살아야 한다고···,

  난 당신이 걱정돼서 하는 말이야, 살을 빼라고···, 말한다. 

  남편이 듣는지 안 듣는지 나 혼자 떠들고 있다.

  남편 손에 오렌지를 하나 건네준다. 

  여자가 아닌 마누라인 나는 남편 옆에서 재잘재잘 떠든다.    


  

  나에게 두 얼굴이 있다고 해서 위선이라고 하면 안 되는 거다. 낮에는 요조숙녀, 밤에는 요부라는 말이 있다. 나의 삶에 충실할 뿐이다. 이렇게 살수 밖에 없는 불행한 여자이지, 죄를 짓는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부부가 되었다면, 부부에게는 부부의 법칙이 있다. 법칙을 깬 사람은 남편이다. 남편은 마누라가 바라는 욕망이 무엇인지 모른다. 나에게 지루함을 던진 사람은 남편이다. 반복되는 하루하루의 지루함은 나에게 번뇌의 시간이었다. 나에게는 2개의 본능이 있다. 마누라와 여자이다. 마누라와 여자는 서로를 비웃고 조롱하고 저주한다. 으슬으슬한 인생을 살기는 싫었다. 난 거기에서 탈출한 것이다.     



  나, 과부 만들지 말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고···, 어머니 보라고, 아버지 돌아가시고 혼자서 외롭지 않냐고, 말했다. 

  누워있던 신랑이 일어나 앉는다. 

  엄마가 지금 몇 살이지, 나에게 묻는다. 

  당신하고 27살 차이잖아, 내가 대답한다. 

  엄마가 75세네, 외로울까, 고개를 한번 돌리면서 묻는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14년 되었네, 라고 혼잣말을 한다. 

  엄마 남자친구 소개해줄까, 하고 말한다. 

  어디서 남자친구를 구해···, 내가 말했다. 

  그러네···, 엄마 남자친구를 어디서 찾지, 에이··· 몰라, 하더니 소파에 다시 쓰러져 눕는다.     



  남편 출근하고 아이들 학교 가고, 나른한 시간···, 아침 10시쯤에 문자가 왔다. 

  사업을 하는 남자라서 주로 낮에 만난다. 

  저녁에 만나자는 남자의 연락은 좀 위험하다는 생각에 대부분 거절할 때가 많지만, 어떨 때는 남편이 집에 일찍 들어온 날, 내가 먼저 문자 할 때가 있다. 

  남편이 있어서 스릴감에 더 흥분하는 것이다. 

  저녁 차려 주고는···, 기다렸다는 듯이 남자에게 뛰어나간다.

  낮에는 누가 볼지 모르기 때문에 조심한다. 차를 몰고 집 앞 평촌 공원 주차장으로 간다. 내 차를 남자 차 옆에 세워놓고, 남자 차에 옮겨 탄다. 남자가 어디로 갈까 한다. 광명 밤일 마을 가서 일식 먹자고 하였다. 30분 정도 달려서 밤일 마을 일식집에 왔다. 우리 둘만의 단골집이다.      



  며칠 전 쳇팅 어플 3개를 핸드폰에 깔았다. 요즘 쳇팅으로 남자들과 대화 하는 재미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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