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큰 아이의 생일이었다. 평일에 생일이면 보통 그 전주 주말에 생일 파티를 하는데 코로나 확진을 받는 바람에 안아주지도 못하고 외식도 못 하고 밥상도 제대로 차려주지 못했다. 아빠랑 나가서 사온 케이크에 초를 꽂아 후 하는 장면을 멀리서 지켜보고 물개박수를 쳐 준 것이 전부. 진짜 생일에는 아빠는 출근을 하고 엄마도 저녁에 일을 가야 해서 미역국이라도 끓여준다.
첫 아이를 낳고 먹은 미역국이 사실 생각도 나지 않는다. 너무 고된 초산모의 출산이었고, 자연 출산으로 아이를 낳았으며 조리원에 가지 않고 집으로 바로 왔는데 도무지 밥이 넘어가지 않아서 수액을 맞았던 기억이다. 원래 좋아하는 미역국이지만, 산후조리기간의 미역국은 정말 상상을 초월한다. 산후 관리사로 오시는 분들마다 한 들통씩 매일매일 미역국을 새로 끓여주시는데 나처럼 먹는 양이 많지 않은 산모에겐 너무나도 버거운 양이라 대신 미역국을 먹느라 신랑도 고생을 참 많이 했다. 미역국은 메인으로 미역만 들어가면 부재료로는 무한하게 변형이 가능한 국이라 다양한 미역국을 먹었다. 돼지 족탕에 끓인 미역국을 먹고 나서 젖몸살이 오고 이런저런 이유로 단유를 하며 미역국을 드디어 끊을 수 있게 되었지만 삼시세끼 미역국을 먹는 것도 고역 아닌 고역인 일이었다.
아이를 키우며 미역국을 자주 먹는다. 지금 생각하니 산후조리기의 미역국이 앞으로 먹을 미역국의 서막을 알리는 것 같다. 아기가 중기 이유식 이상을 먹을 수 있게 되면 미역죽을 먹을 수 있고 미역국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좋아하기 때문에, 영양적으로도 좋아서 자주 끓인다. 집밥 메뉴 짜기가 지겹다 못해 옆집 엄마한테 오늘 뭐 먹어요? 물어보면 그냥 미역국 끓여놨어요.라고 말하고 서로 웃는다. 먹을게 마땅치 않을 때 미역국에 밥 말아서 잘 먹어주면 엄마도 좋고 아이도 좋으니, 미역국은 산후조리와 성장기 아이들의 식단에 아주 훌륭하고도 고마운 음식이다.
아이들과 몽돌 미역국이라는 책을 읽었다. 용의 딸이 새끼를 배었는데 아무것도 먹지 못해 아빠 용이 직접 사람들 사는 마을에 가서 미역국을 끓여 오는 내용인데, 아이고 참기름 한 번 두르면 더 맛있을 텐데, 하니 어느 집에서 참기름 가져오고, 마늘이 있으면 더 맛있을 텐데 하니 어느 집서 마늘을 가지고 오고 하는 이야기가 어째 <단추로 끓인 수프> 나 <돌로 만든 수프>처럼 익숙한 구성이다. 하지만 그렇게 끓인 미역국의 맛이 너무 좋아서 아무것도 먹지 못하던 용의 딸도 기운을 번쩍 차리고, 사람들도 그 미역국의 맛과 효능에 아기를 낳고 미역국을 끓여 먹으며 몸을 추스렀고, 아기가 너무 예뻐서 그 아기가 태어난 날이 되면 또 미역국을 끓여서 그날을 기억한다는 내용이다. 그래서 생일에 끓여주는 미역국, 네 것인 줄 알았지? 사실은 엄마 꺼야!라고 끝나는데 그 마지막 구절을 읽으며 산후조리기에 먹은 수많은 미역국들이 생각났다. <엄마도 너희들 낳고 미역국 많이 먹었어. 이렇게 예쁘게 자라줘서 고마워. 그런데 생일날 끓여주는 미역국 너희들 거 아니고 엄마 꺼야!>라고 하니 깔깔 웃는 아이들이다. 당연히 생일상을 받아먹는 아이들에게 아기 낳느라 고생해 준 어버이의 마음을 일깨워 주는 책인 것 같다. 미역국 먹으며 엄마를 기억하라고.
난 딸을 위해 몸소 먹을 것을 찾아 나서는 아버지의 마음이 느껴졌다. 첫 아이를 낳고 울고 있는 아기와 아기 안고 있는 사진을 찍어 가족 카톡방으로 보냈을때 다들 커다란 고구마같은 2.3킬로 짜리 아기를 보고 신통 방통 신기해 할때 온 몸을 땀으로 적신 내 몰골을 처음으로 걱정하신 분이 아빠다. 손자 보단 딸의 안위가 더 걱정이던 분, 아마 그 아빠 용도 손자보단 딸을 위해 직접 걸음을 했을 것이다. 다니는 마을 마다 얻는 재료가 달라 맛이 조금씩은 달랐지만 미역국의 맛은 언제나 환상적이었다하니, 혹시 갈치 미역국, 성게 미역국도 끓여 드셨을라나, 나도 안 먹어봤는데.
낳을 때 괴로움은 다 잊은 지 오래고, 기르며 밤낮으로 애쓴 기억도 다 잊을 만큼 너희는 이미 예쁜 짓으로, 행복으로, 기쁨으로 효를 다 하였으니 건강하게만 자라거라.
코로나 확진으로 정신이 없었던 까닭에 장도 제대로 못 봐서 고기도, 조개도 없는 플레인 미역국이다. 요즘 인터넷을 보니 통양파를 넣어서 함께 우리면 맛이 좋다기에 그렇게라도 해 보았다. 맛은 굿! 미역국은 언제나 맛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