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의 컨트롤 타워
PO는 다방면으로 소통하고 협력한다. 그 이유는 오직 하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다.
어떤 곳에서는 미니 CEO라고 부르기도 하지만(인사 권한도 없는데 무슨 CEO씩이나..), 나는 '컨트롤 타워'라는 말을 더 좋아한다.
직책이든 직급이든 조직을 매니징 하는 사람의 역량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본다.
실무를 잘해서, 그 실무를 관리 감독할 수 있는 사람. 즉 해당 업무의 경력을 인정받아 리더가 되는 사람
실무 역량과 관계없이 상황에 대한 판단과 의사결정을 잘할 수 있는 사람
모든 PO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나는 후자에 가깝다. 개발팀을 리딩하지만 나는 디자인도, 개발도 할 줄 모른다.
시장과 고객을 분석하고 회사의 전략을 해석해서 필요한 기능과 서비스를 기획할 뿐, 이후에 일어나는 개발은 내 지식 밖에 있는 영역이다. 다만 개발 과정에서 수없이 일어나는 판단의 갈림길에서 상황을 빠르게 캐치하고 의사결정을 한다. 개발 팀원들이 열심히 개발에 힘쓸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개발의 방향성과 명분에 대해 계속해서 설명해야 한다.
나는 말이 많다.
다른 부서와 끊임없이 소통한다.
회사에 따라서는 개발팀이 PO와 한 팀 일 수도 다른 팀일 수도 있다.
어쨌건 보통 디자이너, 프론트 엔지니어, 백엔드 엔지니어, 테스트 엔지니어, 인프라 엔지니어 등 여러 개발자가 PO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개발을 하는 것은 동일하다.
앞서 말했지만 나는 디자인 능력도 코딩 능력도 없다. 아예 모른다.
그러나 내가 이들을 리드할 수 있는 건 나에게는 상황을 판단하고 명확한 길을 터낼 수 있는 능력, 잘난 체 조금 보태서 통찰력이 있다. 그리고 조직을 뭉치고 동기를 불어넣는 조직운영 능력이 있다.
디자이너에게는 디자인 역량을, 개발자에게는 코딩 능력을 요구할 뿐이다. PO의 기획의도의 큰 흐름에만 벗어나지 않는다면 각자의 전문 영역을 인정하고 신뢰한다.
그래서 기획의도와 명분을 계속해서 설명한다.
나는 말이 많다.
회사의 본원적(?) 활동인 연구개발(RnD) 조직에 수없이 들락거린다. 태생이 문과인 나는 연구의 'ㅇ'자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회사의 연구 결과가 서비스로 표현되려면 이 연구의 개요를 알아야 한다. 연구개발의 흐름을 알아야 한다. 연구 개발의 프로세스에 대해 알아야 한다.
역으로 시장과 고객이 필요로 하는 가치에 대해 연구개발을 요구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연구개발 조직에 계속 들락거린다. 물어보고, 확인하고, 요청한다.
나는 말이 많다.
전략기획 부서이기도 하다. 회사의 전략이 없이 대뜸 제품을 만들라는 요구에 고통받는 PO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심지어 나도 그랬다. (후.. 그때 그 상황은 나중에 글로 써야겠다..)
회사가 하고자 하는 방향성을 모르는데 어떻게 제품을 만들까. 그럴 거면 내가 창업하고 내가 대표가 됐겠지.
전략이 있던 없든 간에 나는 계속해서 질문하고 확인한다. 회사가 시장에게 내세우고 싶은 제품 철학을 내 계획이 잘 녹여낼 수 있을지, 잘 녹여내고 있는지.
나는 말이 많다.
PO든 마케터든 시장과 고객에게 다가간다는 의미에서는 같은 일을 하고 있다.
차이점이라 하면
고객을 데려오는 것이 마케터
고객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마케터
고객의 마음속에 우리를 집어넣는 것이 마케터
찾아온 고객을 우리의 서비스로 즐겁게 하는 것이 PO
어떻게 해야 우리 서비스를 좋아할까를 고민하는 것이 PO
PO는 마케팅 조직과 긴밀해야 한다. 순서만 다를 뿐 우리는 결국 '고객'을 '제품과 서비스'에서 만난다.
나는 늘 마케터에게 우리 서비스를 고객에게 잘 이야기해 달라고 어필한다.
"서비스의 의도가 잘 표현되려면 어쩌고 저쩌고..."
"전시 때 강조해서 보여줄 부분은 어쩌고 저쩌고..."
전문 영역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으면서도 이런 오지랖을 부리지 않으면 안 되는 병에 걸렸다. 최대한 자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항상 품고 있지만 잘 안된다.
나는 말이 많다.
전부 통합해야 한다
PO는 모든 부분에 걸쳐 있다.
결국 여러 조직이 협업해야 하나의 완성품이 나온다. 협업을 원활히 이끌 수 있는 사람.
그 역할을 PO가 한다. (Project manager라 불리는 PM 역시 그러하지만 목적과 목표가 다르므로 논외)
경영진, 내부 역량(RnD 역량, 인력 등), 외부상황(산업, 시장, 고객 등) 등 여러 곳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완벽하게 맞추기는 어렵겠지만 모두가 '만족' 할만한 가장 합리적이고 최선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 오늘도
나는 말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