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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영과 본질 Jul 19. 2023

최고라는 말을 나를 위해서 사용할 것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많은 사회에 속하게 된다. 태어남과 동시에 유아기와 유년기로써 가족이라는 작은 사회를 시작으로 어린이집에 들어가고 유치원에 들어가면서 각기 다른 사회 속에서 살아온 타인들과 또 다른 사회를 이룬다. 그리고 우리 삶에 전반적인 영향을 미치는 학교라는 곳에 가게 된다. 우리 모두는 이를 똑같이 경험한다. 이 경험에서 누군가는 미래 도약을 위한 우월한 자신을 만들어가고 누군가는 그럭저럭 별 탈 없는 무난함을 또 누군가는 사회에 속하기보다는 개인주의를 만들어간다. 모두 똑같은 기회 속에 다름을 만들어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수많은 사회를 경험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동안 우리에게는 공통적인 욕구가 있다. 바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다. 나는 처음으로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부터 그 욕구가 극대화되기 시작했다. 정말 단순하게 부모님, 친구들, 선생님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학교라는 사회는 이 욕구를 충족시키기 쉬운 구조였다. 운이 좋게도 나는 이를 빨리 깨달았다. 엄마가 시키는 걸 잘하면 부모님께 인정받을 수 있었고, 그렇기에 성적은 자동으로 올라 선생님에게도 인정받으며, 나에게 관심이 생긴 친구들에게도 인정받을 수 있었다. 어디에서도 나를 최고라고 했다. 적어도 나의 사회 속에선 그랬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나는 한 사회에만 머무를 수 없었다. 더욱 광활하고 넓은 사회를 경험하기 전 지나쳐가는 작은 사회였으니 말이다.


 우리는 모두 욕구를 충족시키고 싶어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우리가 나이를 먹고 조금씩 인정받기 시작하면 그것보다 훨씬 더 큰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때문에 나이가 들면 들수록 우리는 여러 가지 사회를 동시에 속하기를 원한다. 가족의 인정에는 만족할 수 없고 학교의 인정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더 많은 사회 속에 더 많은 인정을 갈망한다. 더 다양한 사회와 더 많은 사람들 속에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충족되기는 점점 어려워졌다. 사회 속에 점차 피곤함을 느끼기 시작했고 근본적으로 남에게 인정받기 위해 기대에 부응하는 행위가 너무 지쳤다.


 사실 나는 나 자신을 인정한 적이 없었다. 남들의 칭찬과 기대에만 반응하고 행동하던 나였다. 이것이 나를 힘들게 한다는 것을 드디어 깨달았다. 나는 나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아니 적어도 나에게만이라도 인정받고 싶었다. 내가 나를 만족시키는 것은 생각해 보지 못했었다. 남들이 원하는 것을 통해 최고가 되는 것은 잠시 나를 기분 좋게 하고 계속 칭찬을 갈망하게끔 만드는 차가운 굴레의 감옥이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다. 이는 사실 칭찬이라는 미끼로 고래를 조련해 춤추도록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고래는 칭찬을 받기 위해 100번, 1000번 춤을 춘다. 칭찬 중독이다. 고래는 자신의 본질을 잊은 채 춤만 출 뿐이다.


 최고라는 말은 마약처럼 중독시킨다. 빠져나올 수 없도록 말이다. 최고라는 타이틀을 지키기 위해 나를 저버리며 지냈다. 하지만 이제는 나 자신이 인정하는 최고가 되는 것, 이것이 내 과제가 되었다. 타인이 아닌 오로지 내가 나 자신을 인정하는 것이기에 그 기준이 높을 필요는 없었다. 많은 것을 요구하고 기대하지 않아도 되었다. 하루에 이렇게 짤막한 글을 쓰더라도 나는 내가 인정한 최고가 되었다. 나는 춤을 추지 않아도 최고가 되었다.


 나는 당장에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남들에 의한 행동보단 나를 인정하기 위한 소소한 기준을 만든다. 그 기준은 나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된다. 나는 그 누구보다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다. 타인을 의식하지 말고 결과를 생각하지 않는다. 그 기준은 오로지 나의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이 글을 쓰는 것도, 글을 쓴다는 기준만으로 나는 내가 인정한 최고가 되었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한 명이라도 누군가가 이 글을 좋아해 준다면 그것이 내가 자신을 인정하면서 나온 부가적인 가치일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최고가 될 가치가 있다. 적어도 ‘나’로 하여금 최고가 된다면 당신이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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