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며칠 뒤 H한국국제학교와 V한국국제학교 두 학교에서 모두 서류 전형이 통과 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문제는 면접 일정이다. 면접일은 서울에서 12월 10일경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서울의 지정된 학교에서 면접을 봐야 했다.
하지만 현재 근무 중인 T한국국제학교의 2학기 학사 일정이 진행되고 있었다. 나는 입시를 앞두고 있는 고등학교 3학년의 특례 논술과 면접을 담당하고 있었다. 내 면접을 위해서 수업을 멈추고 한국에 나갈 수는 없었다. 내게 넉넉한 배려를 해준 교장에게 이 상황을 전달하고 싶지 않았다. 이번 일로 마음 상해 있는 학생들에게 내 살길을 서둘러 찾는 모습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학교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시간은 갔다.
H국의 교장에게 장문의 메일을 썼다.
"K 교장 선생님, 이곳 T한국학교의 학사 일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제가 고3 논술과 면접을 지도하고 있어서 한국 면접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H한국국제학교에서 논술을 지도하고 싶습니다.”
이메일을 보내고 나서 다음 교시에 수신 확인을 했다. 만일 내가 교장이라면, 한국에 훌륭한 선생님들이 많은데 면접도 볼 수 없는, 알 수도 없는 교사에게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었다. 퇴근 후에 메일을 열었다. K교장에게서 회신 메일이 왔다. 나는 스스로를 다독이기 시작했다.
“그래 부정적인 답변을 한 메일일 거야. 너도 알잖아. 상황이 어쩔 수 없어. 그러니 실망하지 말고 또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 아직 한 학교가 남았잖아.”
그리고는 숨죽여 메일을 열었다.
“K 선생님, 내가 12월 10일과 11일에 한국에서 면접을 끝내고, 중국으로 갑니다. 중국 P한국학교에서 해외학교 교장단 회의에 참석합니다. 교장 된 회의를 마치면 T시로 가서 면접을 봅시다. 12월 15일에 T시로 갑니다. 항공시간을 첨부하니 공항으로 마중 나와 주세요.”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K교장이 직접 방문해서 면접을 하겠다고 했다.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답신을 받았다. 나는 아내에게 이 사실을 얘기했다. 그리고 며칠 전 새벽예배에서
“아들아 평안히 가거라!”
라고 경험했던 얘기도 덧 붙였다. 석 달 후면 한국에 돌아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풀 죽어있던 아내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여보! 하나님이 우리에게 다시 기회를 주시는 것 같아요. 기도하면서 준비해요.”
문제는 이런 상황을 현 근무교의 P교장에게 어떻게 전달해야 할까? 나를 세 차례나 붙잡고, 내가 '학부모의 횡포로 피해를 입은 교사로서 불가피하게 2년 계약을 지키지 못했다'는 해명의 공문을 교육부에 보내준 교장이다. 그런데, 다른 지역의 한국학교 교장이 직접 방문해서 자기 교장실에서 면접을 보겠다는 말을 할 수는 없었다.
H국의 교장과 약속한 날이 다가오자 속이 바짝바짝 탔다. 할 수 없이 P교장에게 어렵게 얘기를 꺼냈다.
“하하하 내가 알고 있었어. H학교 K교장 선생님이 내게 전화했어요. K선생이 혼자 애끓고 있겠구나 생각하고, 그렇지 않아도 오늘 부르려고 했어. K교장이 수업시간에도 들어가 보겠다고도 했어요."
"이렇게 합시다. 선생님은 면접과 수업 준비에 최선을 다해. 이왕 마음먹은 것 합격해야지. K 교장 선생님 영접과 숙소는 학교에서 준비할 테니. 대신 떨어지면 모든 비용은 K 선생님이 내야 해. 알았지”
P 교장은 교감을 시켜서 H국의 K교장이 방문하는 모든 일정을 안내하도록 지시했다.
* 이 글은 2000년대 초반 제가 근무했던 때의 일을 적은 것 입니다. 지금의 학교와는 전혀 관련 없는 먼 옛날의 일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