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라일락꽃 환하게 핀 산뜻한 봄날
우리는 이 세상으로 와서,
최루탄 연기 가득한
캠퍼스 분수대에서 처음 만난 뒤로,
한데 어울려 사는 법을 배워가며
버리기에는 차마 아까운
시간을 건너왔습니다,
최루탄 연기에 질식한 라일락꽃 향기처럼
삶이 눈부신 추억의 향기만은
아니었습니다,
사랑은 상처에서 돋는 새살
사랑은 가슴 밑바닥에
흐르는 한 줄기 눈물
사랑은 고통으로 긴 밤을 새우고
맞는 아침 새소리
사랑은 모두 꽃 피우고 흐적흐적
시들어 떨어지는 낙화,
꽃길만 걷는 사랑은 없습니다.
이제는 얼룩진 그늘도 가지고 와서 당신과
함께 앉아 있습니다,
생의 긴 여정을 지나오면서
당신과 함께한 그리움은
어떤 것도 퇴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대와 동행하는 오늘이 깜짝 놀랄 만큼
신바람 나는 일입니다,
그대와 동행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사진 freep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