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점 두 점 빗방울이 떨어지다
눈발이 되어 날리는 오후,
문득 이 하루가 내 생애의 끝 날이라면
어떤 언어가 내게 남아 있을까 생각한다,
내가 엮어 날려 보낸 말들이
마주서서 얘기하며 다른 곳을 바라보던
표정 없는 사람들의 발밑에 떨어져 죽어버린 채
낙엽처럼 쌓여 뒹굴었다,
항상 깨어 살기가 쉽지 않지만,
보고 듣고 말하는 것이
깨끗하고 순수해야겠다,
말하지 말아야 하는 일에는 말하지 말고
말해야만 하는 일에는 말해야겠다,
어느 사이 눈발이 휘날려 얼굴을 때린다,
풀과 언어가 죽은 들판 위를
재두루미 한 떼가 날아간다,
이 짧은 내 생애를
모두 마치고 나면
당신을 만날 생각을 하니 기쁘다,
*사진 김우진, 완벽한 합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