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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

by 순례자

용서


황혼 속으로 노을 속으로

버스가 달립니다,

땅거미 지는 하늘을 보며

버스 창가에 기대어

생각해 보니 지난 세월은

후회되는 일이 더 많았습니다,


단 하루라도 당신의 아들처럼 살고 싶은

꿈을 꾸었습니다,

순간순간 당신을 잊기도 했습니다

숨 가쁘게 내달리는 순간마다

사는 것을 배우려니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습니다,

황혼 속으로 노을 속으로

버스가 달립니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읽고 보아도

용서로 벌 받은 당신과

용서로 다시 사는 나는

닮은 점이 없습니다,

골목을 돌아설 때마다

버스가 덜컹거립니다,

자갈밭 같이 거칠어져 있는

내 마음 같습니다,


내가 감히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가시밭 같은 가슴

더러운 눈물로 당신의 못 자국난 발을

닦을 수 있을까요,

귓전에 차가운 바람이 설레고

가슴속에 흐느끼는

갈대의 소리가 들립니다,

버스가 황혼 속으로

노을 속으로 달립니다.

먹장구름 사이로

명주실 가닥 같은 햇살이

쏟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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