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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테라 잎을 닦다가

by 순례자

몬스테라 잎을 닦다가



몬스테라잎에 끈적한 이슬이

맺히더니 갈색으로 변했다,

몬스테라가 앓고 있다,

알코올로 잎을 닦다가

나무 위에 직박구리 한 떼가

귓가에 소란하게 꽃 피우는 소리를 들었다,


삐 삐 삐, 삐-익 삐-익 삐-익, 삐 삐 삐

가슴이 찌릿했다,

새끼 한 마리가 화단 바닥에 떨어져

작은 날개를 파닥이며 힘없이 눈을 뜬다,

손바닥에 생명체의 따뜻한 온기가 전해진다,

나무 위에서 매미를 잎에 문 어미새가

젖은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타국에 떨어져 사는 아들이 불쑥 전화를 했다,

괜찮아 괜찮아, 엄마 아빠 잘 살아야 해,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가 더 차분하고 따뜻했다,

잠시 침묵이 어두운 바다같이 고였다,

나는 괜찮다고 들었고, 아내는 가슴이 아렸다,

실직을 하고 수개월을 버텨왔다 한다,

나는 하루 종일 서성이며 안절부절못하다

눈을 감고 무릎을 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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