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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례자 Jun 07. 2024

17 가자, 상하이(上海, Shanghai)로!

북경의 마지막 날, 우리는 상하이행 고속열차에 몸을 실었다. 기차역 여행객들로 북적였고, 여행의 즐거움에 들뜬 사람들의 표정이 저마다 즐거워 보였다.


    "상해에서는 또 어떤 새로운 모습을 만날까? 북경에서의 추억이 깨지지 않고, 더 재밌고 즐거운 여정이 이어지면 좋겠어."     


   아내가 열차 전광판을 살피며 말했다. 우리도 이내 마음이 설렜다.     

  열차가 천천히 출발하자, 도시의 풍경이 점점 멀어지며 광활한 대륙의 모습이 펼쳐졌다. 끝없이 펼쳐진 붉은 들녘과 파란 산맥, 소박한 마을들이 창밖에 연이어 스쳐갔다.     


   "저 넓은 땅과 푸른 산맥이 정말 멋있어요. 중국이 얼마나 큰 나란 실감하겠어요. 놀고 있는 저 많은 땅에 농사를 지면  온 나라가 먹고사는 걱정 안 해도 되겠어요."   


  아들의 말에 나도 동감했다. 이 넓은 땅의 대부분은 비옥한 황토흙이었고, 경작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었다. 우리는 모두  열차 안에 창밖의 풍경에 시선을 빼앗겼다.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대자연의 광활한 풍경 사로잡혀 아무 말도 하지 했다.

  점심시간, 우리는 열차 식당 칸으로 갔다. 매콤,  달콤한 사천요리와 구수한 찐빵을 먹었다. 각 지역의 다채로운 중국 요리를 기차 안에서  맛볼 수 있도록 메뉴가 다양했다.     


   "기차 안에서 다양한  중국 요리를 먹을 수 있어서 좋네요. 상해에서는 또 어떤 중국 맛에 푹 빠질지 기대돼요."     


   아내가 사천 탕수육을 소스에 찍으며 즐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는 의자에 몸을 깊숙이 기대고 앉아, 북경에서의 즐거웠던 시간을 떠올리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나는 곧 도착할 상해에또 어떤 아름다운 경치와 낯선 문화를 만날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렜다.

문득 북경에서 인상 깊었던 순간들이 떠올라 메모장을 꺼내 적었다. 열차는 2시간 40분 만에 상에 도착했다.


    호텔에 짐을 풀고 바로 와이탄으로 향했다.

   상해에 위치한 와이탄은 역사적으로 외국인 거주지였기에 '外灘(와이탄)'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19세기말 상해가 국제 조계지로 지정되면서 외국 상인들이 이 지역에 정착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곳을 '외탄'이라 불렀는데, 이 지역이 상해의 중국인 거주지 밖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外灘'이 점차 '와이탄'으로 발음되고 표기되었다. 지금 와이탄은 상해의 대표적인 관광명소가 되었고, 유럽풍 건축물들로 유명 '동방의 파리'라고도 불린다.


   강변을 따라 늘어선 아름다운 건물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 중심을 관통하는 황푸강은 넓은 강폭과 유유히 흐르는 황토색 물결이 장관이었다. 황토색으로 흐르는 큰 강물이 마치 거대한 황룡이 살아 움직이는 듯 틀대고 출렁이며 흘러갔다. 상해의 중심부를 관통하며 국제 무역과 물류의 요충지 역할을 해온 황푸강의 그 장대한 규모와  거대한 물결 앞에서 약간의 두려움과 현기증  느졌다.

   강 위로는 다양한 크기의 화물선들이 끊임없이 오가고 있었다. 특히  컨테이너를 가득 실은 대형 화물선들이 상하이항으로 가는 것이라 했다. 황푸강은 중국의 수출입 화물을 실어 나르는 주요 수로로 기능하고 있었다.


  강가에는 유람선과 소형 보트들이 강을 가로질러 오가며, 활기찬 모습을 더했다. 강변 양쪽에 늘어선 유럽풍 고풍스러운 외관에 현대적인 감각이 더해진 건축물들과 황토색 강물이 조화를 이루며, 도시와 자연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졌다. 특히 이 지역에는 식민지 시대부터 건립된 은행과 무역회사 건물들이 많아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와, 빌딩들의 모양이 제각기고 색채도 다양해서 정말 멋있어요. 저 강 건너편 건물들도 정말 아름다워요."     

  아들이 주위를 둘러보며 눈을 떼지 못했다.     

   우리는 황푸강변의 역동적이고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상해가 과거부터 국제 무역의 중심지로 번창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금융과 무역의 역사가 깊이 배어있는 이 장소에 서서, 근대 중국의 발전상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와이탄에서 훙커우 공원까지는 약 5km 정도의 거리여서 우리 가족은 주변을 구경하며 걸어갔다. 이 길은 당시 상해의 국제 거리이자 화려한 상업 중심지였다. 화려한 빌딩들과 북적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젊은 독립운동가 윤봉길 의사도 이 길을 지나서 훙커우 공원에 도착했으리라.   1932년 4월 29일, 일본은 상해사변(上海事變)을 일으켜 상해를 점령한 뒤 전승기념 및 천장절(天長節) 기념식을 상해 훙커우공원(虹口公園)에서 거행하였다.  


   비밀항일결사인 한인애국단 단원인 윤봉길이 이 기념식에서 사열대 위에 폭탄을 투척했고, 그 자리에서 많은 일본군 고위 장성들이 사망했다. 이 폭탄 투척 사건은 중국 민족운동사의 획기적인 사건이 되어, 곧이어 훙커우 의거로 이어졌다.


   중국인들은 윤봉길 의사의 용기와 애국심을 높이 사, 이곳에 윤봉길 기념비를 세워 그 정신을 기리고 있다. 공원 내 주요 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면 이 기념비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소박한 규모의 검은색 비석 형태의 기념비 위에는 윤봉길 의사의 이름이 새겨져 있으며, 그의 용기 있는 행동을 기리는 글귀가 적혀 있다. 기념비 주변으로는 소나무와 향나무 등이 단정하게 자리 잡고 있어 숲 속 정원 같은 고요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주변을 산책하는 중국인들이 이 기념비를 발견하고 잠시 걸음을 멈춰 서서 윤봉길 의사의 업적을 읽어 보기도 한다.

   훙커우 공원은 잘 가꾸진 넓고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공원 내에는 아름들이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고, 그 사이로 연못과 산책로가 이어져 있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두 손으로 쥘 만큼의 큰 붓에 물을 묻혀, 대리석 바닥에 여유로이 한시를 쓰는 노인들과 느린 음악에 맞춰 태극권을 연습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훙커우 공원은 상해 시민들의 여가와 휴식을 담당하는 아름다운 공간이기도 하다.


    훙커우 공원을 나섰다. 북쪽으로 약 500미터쯤 걸어가자 '딩샹 레스토랑'이 눈에 들어왔다. 큼지막한 붉은 간판이 인상적이었다. 식당 내부로 들어서니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목조 인테리어와 아름다운 액자 장식이 레트로한 느낌을 자아냈다. 이곳이 상해의 대표적인 본토 요리 전문점이라니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다.


  메뉴를 살펴보다 '상해식 파삭한 생선'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의 명물이라고 했는데,  독특한 조화의 요리 같아서 주문했다. 상해식 파삭한 생선 요리가 나왔다. 탱글탱글한 생선 덩어리 위로 바삭하게 튀겨낸 표면이 눈길을 끌었다. 곁들여진 달콤한 소스를 한 숟가락 떠서 생선 위에 붙고, 입안에 넣었다. 단맛과 짠맛이 잘 어우러져 풍미가 훌륭했다. 생선 고기도 정말 부드러웠다. 겉은 바삭하지만 속은 촉촉했고, 기름진 느낌 없이 담백했다. 이런 맛있는 요리에 잘 어울리는 차라고 황차를 추천했다. 황차는 맛과 향이 매우 부드럽고 고급스러운데, 상해 현지인들도 즐겨 마신다고 했다. 잔 가득 채워진 황차는 섬세한 향과 깊은 여운을 지니고 있었다. 천천히 음미하며 생선 요리와의 조화로운 맛에 푹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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