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솔길에서
아차산성 돌담에 해가 걸렸습니다.
무너진 성터 위에 고양이 한 마리
따뜻한 햇살에 졸고 있습니다.
시내처럼 흐르는 오솔길은
아카시아 향기로 가득합니다.
먼 데서 낮 닭이 울고
흙 내음새 나는 이 길은
나의 어린 시절 정다운 것들
다람쥐, 진달래, 복숭아, 송사리, 가재,
좁은 골목길,
그리고 문득 그 사람이
한없이 그리워지는 숲길입니다.
오월 숲 속에 생명을 품은 것은
모두 저마다 향기가 있고
또 내일이 있습니다.
청춘이 이미 다 지나간 이 길을
추억을 밟으며 걷습니다.
까치 발끝에 아찔한 향기가 툭 하고 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