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주의보

by 순례자

한파주의보


입춘의 아침에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날

그리워하는 이 하나 없는데

이맘때쯤 못 잊어 동장군이 들이닥친다.

이 세상 좁은 골목 가난한 이들의

한숨 소리를 듣고

더욱 맹위를 떨치는 동장군

뜨끈한 아랫목 같은 훈훈한 정

담뿍 담아 왔으면 좋으련만

창백한 겨울 발가벗은 채

칼바람 앞에 선 겨울나무를 흔든다.


맨살 드러내는 일은 부끄럽고 슬픈 일이지만

삶의 고단한 허무 다 떨구고

뼈마디로 앙상히 남아

한 계절 온전히 견딜 수 있는

강인한 생명의 힘을 달라고

끝내 인내할 수 있도록

흔들림 없는 굳센 용기를 달라고

하늘의 마음을 배워 세상의 무게

온전히 견뎌내는 힘을 달라고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매서운 아침에

간구하는 겨울나무 가지 끝으로

봄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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