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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체인 Oct 12. 2023

돈 쓰면서 눈치 볼 것 없다



한 치수 더 큰 것도 입어볼 수 있나요..?


오랜만에 동네 옷 가게를 찾은 F. 마음에 드는 옷을 입어봤는데 단추가 잘 채워지질 않는다. 한 치수 더 큰 옷을 입어봐도 마찬가지였다. 꾸역꾸역 입고 나와 거울에 비추어보지만 무리인듯싶다. 아무래도 살이 좀 찌긴 한 거 같다.



손님, 그게 좀 많이 작게 나오긴 했어요!


함께 거울을 들여다보던 옷 가게 사장님이 더 큰 사이즈를 권했다. 그러나 F는 차마 그보다 더 큰 사이즈를 입어보겠다고 하진 못했다. 그러고는 도망치듯 가게를 빠져나왔다. 살이 쪘다는 걸 들킨 것만 같아 민망하고 창피했기 때문이다.



내가 뚱뚱해서 이것도 안 맞는다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이후 F는 한동안 옷 가게를 찾지 않았다. 옷 사이즈가 작았을 때 느껴지는 부끄러움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옷 가게 앞을 지나던 F. 그의 눈에는 텅 빈 가게와 그 앞에 붙어 있는 쪽지가 들어왔다.



오늘부로 옷 가게 영업을 종료합니다.



쪽지에는 불경기라 가게를 뺄 수밖에 없었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자세히 읽어보니 가게 사장님은 장사가 잘되지 않아 힘든 시간을 보낸듯했다. 마지막에는 그동안 찾아준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고마웠다는 메시지도 있었다.



그 무렵 가게를 찾았던 F를 사장님은 얼마나 반가워했을까. 가 옷을 입어보면서 살이 쪘다고 신경 쓰는 동안, 사장님은 옷을 파는 일에만 집중하고 있었을 거다. 큰 옷이던 작은 옷이던, F는 옷을 사러 와준 고마운 손님이었을 테니.



그 이후로 F는 옷을 사러 가던, 헬스장을 가던, 피부과를 가던, 언제나 당당하다. 옷을 사러 온, 다이어트가 필요한, 피부가 좋지 않은 자신이, 그들에게 얼마나 반가운 존재인지를 이제는 잘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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