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인드체인 Oct 18. 2023

많은 사람들 앞에서 누가 나한테 무례하게 할 때



운영진 H가 뒤풀이를
그렇게 하자고 해가지고~
지난번에도 밤새 술 마셨다던데~


동아리 신입생 환영회 뒤풀이 때, 모임장이 신입생들 앞에서 이렇게 H를 소개했다. H는 '뭐지' 싶었다. 물론 친한 사이였다면 장난처럼 넘길 말이었을 거다. 하지만 평소 사이가 좋지 않은 모임장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모임장은 사람들 앞에서 고의적으로 H를 곤란하게 만든 거다.



예상 못 한 공격을 당한 H는 얼떨떨했다. 오늘 처음 보는 사람들이 자신을 '노는 거에 미친 사람'처럼 보면 어떡하지 싶었다. 그러자 점점 긴장이 되면서 말문이 막혔다. 등에서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이런 식으로 한 방 먹이다니, 괘씸하기 짝이 없었다. 당혹감이 있던 자리에는 금세 분노가 차올랐다.



아니 무슨 사람을 소개하는데
말을 그렇게 해요?


마음 같았으면 이렇게 따져 물었을 거다. 근데 사람들 앞에서 그럴 수는 없다. 분위기가 싸해질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책임은 순전히 H가 짊어지게 될 거다. 그러나 H는 이대로 당하고 있을 수 없었다. 뭐라도 한방 돌려주고 싶었다. 뭐라고 반응하는 게 좋을지,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생각들이 스쳐갔다.



H는 분위기를 흐리지 않으면서 모임장에게 경고를 전할 방법을 떠올렸다. 모임장의 말을 듣고 '처음 딱 들었던 생각'을 공개적으로 드러내 보는 건 어떨까. 상대방에게 책임을 따지는 게 아니다. 상대방의 무례한 말로 인해 들었던 마음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유머러스하게 표현해 보는 거다.



제가 무슨 노는 거에 미친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을 거 같은데요~


H의 말에 사람들이 웃었다. 분위기는 오히려 유쾌해졌다. 모임장만이 환히 웃지 못하고 멋쩍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어쩌면 몇몇 사람들은 모임장이 H를 고의로 당황스럽게 하려 했다는 걸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이후 모임장은 두 번 다시 H를 공격하지 않았다. 특히 사람들 앞에서는 더더욱.


이전 07화 사정이 있었을까 라는 마음만으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