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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체인 Oct 18. 2023

사정이 있었을까 라는 마음만으로



오늘따라 유독 쓰러질 거 같네..


힘든 하루를 보내고 퇴근길에 올라탄 2호선은 만 원이었다. G는 그날도 자리에 앉아가지 못했다. 손잡이 하나에 늘어진 몸을 겨우 지탱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때, 바로 앞자리에 앉아있던 사람이 내릴 준비를 하는 듯했다. 운이 참 좋았다. 이제 소소한 행복을 맞이하기만 하면 됐다.



G가 자리에 앉으려는 순간, 50대로 보이는 어떤 아저씨가 무작정 몸을 들이밀면서 자리를 차지하는 거였다. G는 너무 어이가 없고 화가 나서 그 자리에서 벙쪘다. 마침 다른 자리가 비어서 앉기는 했지만, 불쾌한 마음이 사그라들지 않았다.  저렇게 파렴치한 인간이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자리를 차지한 아저씨가 자리에 가방을 두고 어디론가 사라지는 게 아닌가. 그리고 잠시 뒤 누군가를 끌고 오다시피 데리고 왔다. 아저씨의 손에 이끌려온 사람은 젊었지만 몸이 불편해 보였다. 아저씨는 맡아뒀던 자리에 그 젊은 사람을 앉히면서 뭐라고 말을 했다.



아들, 여기 앉자..!


그렇게 무례함 너머로 아저씨의 삶의 무게가 전해져 왔다. 그제야 G는 그 상황이 이해가 됐다. 화도 좀 사그라드는 듯했다. 그리고 불현듯 지금껏 겪었던 불쾌한 일들이 떠올랐다. 혹시 그들도 사정이 있었을까. 물론 어떤 사정이었을지 알 길은 없었다. 그런데도 기분이 좀 괜찮아졌다. '사정이 있었을까'라는 마음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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