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유독 쓰러질 거 같네..
힘든 하루를 보내고 퇴근길에 올라탄 2호선은 만 원이었다. G는 그날도 자리에 앉아가지 못했다. 손잡이 하나에 늘어진 몸을 겨우 지탱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때, 바로 앞자리에 앉아있던 사람이 내릴 준비를 하는 듯했다. 운이 참 좋았다. 이제 소소한 행복을 맞이하기만 하면 됐다.
아들, 여기 앉자..!
그렇게 무례함 너머로 아저씨의 삶의 무게가 전해져 왔다. 그제야 G는 그 상황이 이해가 됐다. 화도 좀 사그라드는 듯했다. 그리고 불현듯 지금껏 겪었던 불쾌한 일들이 떠올랐다. 혹시 그들도 사정이 있었을까. 물론 어떤 사정이었을지 알 길은 없었다. 그런데도 기분이 좀 괜찮아졌다. '사정이 있었을까'라는 마음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