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과목은 진짜 A 받고 싶은데..
공부할 게 너무 많아서 벌써 지쳐..
기말고사 기간, 지쳐있는 컴퓨터공학과 대학생 I. 코딩에, 그룹 프로젝트에, 발표에, 퀴즈까지, 할 게 많아도 너무 많다. 쌓여있는 공부량을 생각하면 시작도 전에 기가 빨린다. 해야 할 일들에 압도된 그는 벌써 일주일째 아무것도 손대지 않고 있다. 그래서인지 수업 시간에도 딴짓을 하게 된다. 이러다가는 A는커녕, F를 받지나 않으면 다행일 듯싶다.
결국 I는 현실과 타협하기로 한다. C라도 받아서 재수강만 피하겠다고. 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C만 받자고 목표를 잡았더니, 몸이 움직이기 시작한 거다. 일단 C까지는 수업 시간에 집중하는 걸로 충분할 듯했다. 그 정도는 해볼 만했다. 막판에 수업을 제대로 듣다 보니, 막연하긴 해도 시험에 나올 힌트들을 듣게 됐다. 이 정도면 B도 받아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B를 받으려면 추가적으로 복습이 필요했다. 하루에 한두 시간 정도 복습하면 충분할 듯했다. 그 정도는 해볼 만했다. 그렇게 며칠 공부하고 나니, 수업에서 얻은 힌트들이 구체화됐다. 그러다 보니 공부에도 재미가 붙었다. 그렇게 공부시간은 점점 늘어났고 반나절까지도 도서관에 앉아있게 됐다. 이 정도면 A까지도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시험 전날, I는 A를 받기 위해 밤을 새우기로 한다. 그는 A를 받겠단 목표가 더 이상 부담스럽지 않았다. 그런데 처음부터 매 수업 시간 집중하고, 하루 반나절을 도서관에서 보내며, 전날에는 밤을 새워가면서 A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면 어땠을까? 어쩌면 그는 여전히 시험을 준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산의 정상까지는 벅차게 느껴지더라도, 반의반 지점까지는 오를만할 거 같다.
I는 목표가 낮아진 만큼 부담감을 덜 느꼈고, 더 쉽게 시작할 수 있었다. 때때로 높은 목표는 시작도 전에 마음을 지치게 한다. 이렇게 시작조차 어려울 때는 목표를 낮추고 차근차근 올라가 보는 게 도움이 된다. 어디에서 멈춰 서게 되든, 오르기 전보다는 높이 있게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