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회인 Aug 21. 2023

좋은 아내를 선택하는 방법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선택이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가치관의 선택, 직업의 선택 그리고 또 하나가 배우자의 선택이다. 그런데 가치관이나 직업은 선택이라기보다는 교육받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습득한다. 따라서 배우자의 선택이야말로 스스로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선택일 것이다. 


  누구나 선택에 있어 기준이 있다. 내가 결혼하겠다고 아버지께 여쭈었더니 어디 성씨냐는 것부터 물어보셨다. 파평 윤 씨라고 했더니 그럼 됐단다. 어디서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어떻게 둘이 만났는가는 둘째 문제였다. 전통적인 유교문화 세대를 사신 분이니 배우자 선택 기준으로 성씨나 가문이 가장 중요했을 것이다.


  이십 대에 일찌감치 결혼을 통해 아버지로부터 탈출하고자 했던 나 역시 나름의 기준이 있었다. 가난한 말단 공직자로 줄줄이 따르던 동생들까지 돌봐야 했으니 맞벌이해야 했다. 혼자 벌어서는 감당이 안 되었다. 또 무엇보다도 머리가 좋은 사람과 결혼해야겠다는 결심이 있었다. 더 바란다면 건강한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이 기준에 따라 아내의 출신학교를 방문하여 생활기록부까지 떼어 본 적이 있다. 그때는 그게 통하던 시절이었다. 다행히 선생님들이 써놓은 평가가 마음에 쏙 들었고 아파서 결석한 기록도 찾아볼 수 없었다. 


  남자아이 둘을 키우면서 밥상머리에서 하던 말이 있었다. 좋은 아내를 얻는 방법이 있는데 아껴둔 말이니까 귀를 가까이 대보라고 했다. 첫째는 머리 좋은 여자, 둘째는 건강한 여자, 셋째는 음식을 잘하는 여자를 선택하라고 했다. 마지막 넷째가 가장 중요한데 그것은 바로 그런 여자를 얻으려면 자신이 먼저 그런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라는 당부였다. 


  우리 집은 손이 귀했다. 아버지가 이대 독자였으니 어릴 때부터 가장 부러운 게 일가친척이 많은 집이었다. 한동네 집성촌에 살았어도 삼촌은커녕 사촌 하나도 없는 우리 형제는 늘 외로운 무리였다. 이런 설움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살아온 나는 아들 둘이 군대만 갔다 오면 바로 다음 날이라도 결혼하기를 바랐다. 다행히 아들 둘 모두 일찍 결혼했으니 참 고마운 일이다.


  아직도 두 아들에게 어떤 기준으로 배우자를 선택했는지 물어본 적이 없다. 거꾸로 며느리 중 하나가 오빠가 직접 끓여준 찌개가 너무 맛있어서 결혼을 결심했노라는 이야기를 듣고 조용히 웃은 적은 있다.

이전 09화 별나디 별난 신혼여행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