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의 각도 (1)

본다는 것에 대하여

by 한혜경




신경학 전문의이자 작가인 올리버 색스의 책에 흥미로운 예화가 나온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젊은 시절 성악가로 이름을 날렸던 음악교사가 상담을 청한다.

언젠가부터 학생들이 자기 앞으로 다가와도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일이 생겨 병원을 찾은 것이다.

상대방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할 뿐 아니라

소화전이나 주차요금 자동징수기를 보고 아이들의 머리를 본 듯 행동하기도 했다.



그의 눈을 검사한 결과, 사물의 색채나 형태를 보는 데는 아무런 이상이 없으나,

장면 전체를 파악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눈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시각을 담당하는 뇌 부분에 이상이 있어,

전반적인 인지 방식에 잘못이 생긴 것이다.



사소한 것은 잘 보지만 전체적인 인식에 관심이 없으므로,

붉은 장미를 보고는


“길이가 15센티미터 정도군요. 붉은 것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초록색으로 기다란 것에 붙어 있네요.”라고

말할 뿐,

그것이 장미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이 특이한 남자의 이야기는 보는 행위란 색채나 형태를 파악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그에 대한 판단이 덧붙여지는 행위임을 새삼 일깨운다.



곧 시각적인 상상력과 기억력이 함께 작용하는 행위이며 다른 것과의 관계 속에서 보는 것임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판단이란 직관적이고 개인적인 동시에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것이다.

그런데 이 환자처럼 뇌의 시각담당기관에 문제가 생기면 사물을 재현하고 상상하는 능력,

구체성에 대한 감각과 현실감이 결여되어 추상적으로 인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인식 불능증에 걸린 자가 이 환자뿐일까?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사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추상적이고 계량적으로만 파악하려는 경우를

도처에서 목격하고 있진 않은가.






오늘도 우리는 누군가를 보고 무언가를 본다.


나는 제대로 보고 있는가?


엉뚱한 것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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