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응시
눈빛이 깊던 사람이 있었다.
한번 상대방을 응시하면 눈 한번 깜박이지 않고 오래 지켜보던.
대결하듯 마주 바라보다가 나는 번번이 얼마 못 버티고 눈을 내리깔곤 했다.
스파이더맨이 거미줄을 발사하여 상대방을 옭아매듯이
그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으로 이뤄진 그물이 나를 싸안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 정도의 시선으로 내 맘이 움직이진 않는다는 듯 태연을 가장했으나,
기실 난 그 눈빛에 저항할 힘을 일찌감치 잃어버린 상태였다.
흔들리지 않는 그의 눈동자를 마주하고 있노라면,
흘러가던 시간은 정지하고
이 세상에 오로지 그와 나만 존재하는 것 같았다.
때론 아득하게 무너져 내리는 느낌으로 나도 모르게 의자 팔걸이를 부여잡곤 했다.
그런 내 마음을 들키기 싫어 분위기를 깨는 엉뚱한 얘기를 툭툭 던졌는데,
무의미하게 내뱉은 나의 말에 반응하느라 잠시 파문이 일던 눈동자는
곧 다시 고요한 수면을 되찾곤 했다.
그가 있을 리 없는 장소에서도 느껴지던 그의 눈빛.
집 대문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는 저녁,
버스에서 열린 창으로 들어오는 부드러운 바람에 몸을 맡기고 흔들리고 있을 때,
봄날 하늘하늘 떨어져 내리는 벚꽃 잎을 바라보다가,
허물없는 친구들과 깔깔거리다가,
문득 그가 나를 보고 있나 뒤돌아보곤 했다.
당연히 아무도 없지만
그윽하게 웅숭깊던 눈길을 떠올리며
가슴 한가득 퍼져나가는 행복감으로 충만하던 시절.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별들이 유난히 더 반짝거리고
길 가 나무의 연초록 나뭇잎도 더 싱싱하게 빛나던 시간.
다시 돌아오지 않지만
기억 속에서 선연하게 재생되는 시간이 있다는 건
아름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