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시선
몇 해 전,
코로나가 유행하기 전 일이다.
00역 로터리에서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던 택시 안.
기사분이 허어허, 웃음인지 탄식인지 소리를 낸다.
무슨 소리인가 바라봤더니 왼쪽 창 너머를 보며 혼잣말처럼 하는 소리였다.
“허어, 저, 저, 노인네가 길을 못 찾나 부네."
그 눈길을 따라 고개를 돌리니 길 가 파출소 앞에 허리가 구부정한 할머니가 경찰 옆에 서 있다.
할머니 손에 쪽지가 들려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길을 물어보는 것 같았다.
경찰은 손짓을 해가며 열심히 설명하는 모양인데 할머니는 쉽게 알아듣는 눈치가 아니다.
조금 후 경찰은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저런, 그냥 들어가 버리면 어쩌라고...”
기사분이 답답하다는 듯 또 한 마디 한다.
그러나 경찰이 곧 다시 나오더니 할머니를 파출소 안으로 모시고 들어간다.
그러자 “그렇지, 직접 모시고 가서 알려줘야지, 경찰이 일을 잘하네.”
안도하듯 말한다.
나도 따라서
“아, 다행이네요.” 한 마디 보탰다.
곧 좌회전 신호가 떨어져 차는 그 자리를 떠났는데 기사분이 이야기를 이어간다.
“나이가 들면 혼자 길 다니면 안 돼요. 서울 지리가 얼마나 복잡한데....”
참 선량한 사람이구나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어머니 생각이 나서였다.
장남이라고 했다.
자신은 형편이 어려워 집이 좁고 불편한 데도 어머니가 장남 집에서 살겠다고 고집을 부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자신이 모셨다고.
그런데 아파트라 어머니가 집을 잘 찾질 못했고, 종종 길을 잃어 파출소 신세를 지기도 했다고.
결국 서울에서 못 살겠다고 고향에 내려가 두어 해 더 살다가 작년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한 달 버는 돈이 200만 원가량이라
어머니 끼니 챙기느라 힘에 부쳤다는 얘기를 곁들인다.
그 아내 입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부인이 힘들어했겠다고 말했더니
“아유, 집사람은 많이 싫어했죠.”하며 뒤를 돌아본다.
마른 체격에 약간 벗어진 머리, 조금 어눌한 말씨.
한 눈에도 선해 보인다.
큰 욕심 없이 살았을 것 같은,
바라는 게 많지 않고
뭐든지 잘 양보할 것 같은
눈이다.
어머니 때문이 아니라도 길 잃은 노인을 보면
어디 찾으시냐, 말을 걸고 도와줄 것 같은 따뜻한 눈이다.
택시에서 내리면서,
그가,
선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