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림 속에서 배우는 것들
불안했다. 불안하고 또 불안한 나날들이었다.
감히 말하지만, 불안은 없어지지 않는다.
아이가 조금씩 자라며 스스로 할 줄 아는 게 늘어갈 때도, 내 삶의 다음 선택이 눈앞에 다가올 때도, 불안은 늘 또 다른 모습으로 찾아온다.
흔들리지 않으려 붙잡을수록 마음은 더 요동치지만, 한없이 흔들리고 깨지다 그 안에서 나는 비로소 깨닫는다. 불안은 나를 괴롭히기 위해 오는 손님이 아니라,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무엇을 두려워하는 지를 알려주기 위해 오는 선물이라는 것을.
돌이켜보면 불안은 늘 나와 함께였다. 아이를 데리고 처음 어린이집에 들어가던 순간, 조금씩 적응하는 모습을 보며 안도하던 그때에도, 불안은 조금씩 다른 얼굴로 모습을 바꾸며 어김없이 나를 찾아왔다.
아이가 괜찮을까 하는 마음은 곧장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내가 뭘 더 잘하면 너도 나도 우리 모두가 잘 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하지만 틀렸다. 그 고민은 나를 위한 것도, 모두를 위한 것도 아니었다. 결국 불안의 근원은 아이나 내가 처한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내 안에 뿌리를 두고 자라난 그림자였음을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다.
요즘의 불안은 아이에 대한 걱정 단계를 이제 넘어서 나 자신을 향해 있다. 내년이면 다시 직장으로 복귀해야 할지, 아니면 또 다른 선택을 해야 할지, 눈앞에 놓인 몇 달 동안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분명히 마주해야 한다. 나뿐만 아니라 두 달 전 새롭게 취직을 한 남편의 일이 자리 잡기를, 그리고 나 자신도 확신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며 흔들리지 않으려 애쓴다. 내일을 목적지로 삼아 오늘을 달려가는 삶은 이 모든 종류의 불안이 겹쳐지는 지점에서 불안의 폭발을 경험하게 된다.
사실 불안은 현실적인 문제와 맞닿아 있다. 경제적인 부분, 커리어의 단절, 아이의 돌봄, 그리고 내 삶의 방향성까지 이 모든 걸 한꺼번에 안고 살다 보니 마음은 쉽사리 물을 잔뜩 머금은 솜뭉치처럼 무거워진다. 하지만 그 무거움 속에서 문득 깨닫는다. 불안은 단지 나를 옥죄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로 하여금 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게 하는 도구라는 사실을.
“내가 정말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
이 질문은 불안이 아니었다면 결코 진지하게 마주하지 못했을 것이다.
때때로 나는 바랐다. 세상이 조금만 더 내게 친절하기를. 길이 너무 거칠지 않기를, 내가 가는 발걸음 위로 작은 빛이라도 비치어 주기를.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결국 세상은 늘 내게 힌트를 건네고 있었다. 아이가 건네는 짧은 말 한마디, 남편의 땀 어린 표정, 책 속에서 우연히 마주한 가슴 떨리는 문장 하나가 나를 이끌어 주었다. 내가 잠시 멈추어 그것을 읽어낼 수만 있다면, 세상은 생각보다 내 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오늘 하루를 담담히, 하지만 정성스럽게 살아보려 한다. 불안에 휘둘리기보다, 그 속에서 삶이 던져주는 힌트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 불안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겠지만, 그 불안 덕분에 내가 멈추어 서고, 내 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불안해도 괜찮다. 흔들림 속에서 배워가는 나 자신을 믿으며, 결국은 불안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삶이 내 편임을 보여줄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여전히 불안하지만, 그 불안은 나와 함께 걸어가는 가장 인간적인 내 삶의 동반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