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강북 학군지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특목고-스카이 대학을 졸업한 범생이다. 함께 놀고 공부하며 자란 동네 친구들이 꽤 있는데 다들 비슷비슷한 대학을 나와 지금은 대기업 부장님 타이틀을 하나씩 달고 있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결혼해서도 자기 동네를 떠나지 않고 그대로 눌러앉아 자리잡은 친구들이 많다는 점이다. 학군지라서 아이 키우고 교육시키기 좋아서 그런가?
아무튼 다들 일찌감치 이곳 학군지에 국평 아파트를 마련하여 시댁이랑 옹기종기 모여산다.
우리도 그렇다. 월세지만.
강남이 뭐가 좋아? 사람많고 복잡하고...
여기가 살기 더 좋지않아?
학원가, 백화점, 대형서점…없는 게 없잖아.
강남이라는 이유로 똑같은
30평대 아파트가 가격이 두 배인데
그 돈 내고 거기 살고 싶어?
남편은 강남이 왜 좋은지 모르겠다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거기에 폭락론자...
그러니 늘 강남 아파트 가격은 거품이고, 곧 꺼질거고, 그러니 영끌해서 강남갈 필요 없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러던 남편이 최근 좀 변했다...지난 봄에 임장 다닐 때만 해도 흔들림 없던 남편이, 요즘 한강변 산책을 다니며 강남 인프라를 좀 경험하더니 맘이 바뀐 것이다.
솔직히 아파트 보러 다닐 때에는 아무런 감흥이 없었어. 그런데 이런 데 돌아다니다 보니까, 생각이 좀 바뀌는거 같아. 이래서 강남인가 싶네. 기회되면 강북집을 팔고 영끌해서 강남으로 갈아탈까?
하...이렇게 바뀐다고?
늘 강북 집에 대한 애착,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남편이 답답하면서도, 자기만의 소신이 있는 (듯한) 모습에 남모를 위안을 얻고 있었나보다. 남편의 변화가 신기하고 놀라우면서도, 알 수 없는 배신감이 들었다.
그러면…지난 10여년 기나긴 세월 동안의
강북에 대한 애정과 믿음은..역시 판단미쓰였던 거야?
그리하여, 뒷북 중의 뒷북인 나와 남편은, 강남이 최고점을 찍은 2024년 8월 강남 갈아타기를 알아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