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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지 Sep 15. 2024

학군지의 위력

3월부터 열심히 임장을 다녔으나 세입자가 월세 계약을 연장하는 바람에 바겐세일 기간을 구경만 하다 놓쳐버린 나와는 달리, 올 봄에 집을 갈아탄 후배가 있다.

강남 학군지 근처 재건축 아파트를 영끌해서 샀다는데, 불과 몇 개월만에 집 값이 수 억은 오른 모양이었다. 회사 일이 힘들 법한데도 늘 싱글벙글인 후배를 보며, 부러운 마음이 절로 들었다.


나도 그 때 그 동네 집보러 다녔었는데...

집 샀는데 바로 몇 억이 오르면 어떤 기분이 들까?




후배한테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사기까지 스펙터클한 과정을 직접 들었는데, 이전 집 매도 후 거액의 현금을 들고서 집값 오를까봐 전전긍긍한 이야기며, 지금 집 보지도 않고 가계약금 부친 이야기까지, 나에게는 그 어떤 모험담보다도 더 재미있고 흥미진진했다. 나도 그런 과정을 직접 체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이미 전고점을 훌쩍 뛰어넘어 저 세상 집값이 되어버린 상태.


나도 갖고 싶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여보, 하나만 사주면 안돼?


애꿎은 남편을 괜히 졸라댔다.

남편은 측은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수년간 학군지에서 세를 살던 우리는 전세로 놓으려던 강북 우리집에 그냥 들어가서 살기로 결심했다.


그동안 강남 집값 떨어진다는 소식이 들려와도, 우리집이 월세로 묶여있던 탓에 갈아타기 기회를 놓친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이번에야말로 우리집에 들어가 실거주하면서 좋은 갈아타기 기회가 생기면 절대 놓치지 말아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마침 큰아이도 대학에 들어갔고, 더이상 학군지에 연연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세입자가 갑자기 월세 연장 계약을 취소하는 바람에 다시 전/월세 매물로 내놓았던 우리집을 거둬들이고, 지금 세 살고 있는 학군지 아파트 집주인에게는 이사를 가겠다고 통보했다.


주변 전세가격이 수억은 오른만큼, 아직 만기까지 몇 달 남았지만 복비는 안내고 그냥 나가겠다고 말했다. 집주인은 하루 이틀 망설이다가 그냥 나가라고 통보해왔다.




놀랍게도 학군지 우리가 살던 집은 내놓은 바로 다음날 전세가 나갔다. 그것도 2억이나 오른 가격으로. 정말이지 학군지의 위력은 대단했다.


새삼 우리가 엄청 좋은 집에 엄청 싸게 살고 있었구나,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실제로 이 집에서 아이는 원하던 대학에 들어갔고 남편은 승진을 했다. 기쁜 일이 많았고, 소소한 월세 차액을 얻어 가계에 보탤 수도 있었다. 강남 재건축 다음으로 갖고 싶은 집이다. ㅎㅎ


한달 후면 강북 우리집에 들어가게 된다. 이로써 유일한 월급 외 소득인 월세 수익은 사라지게 되지만, 강북 우리집 실거주 기간을 늘림으로써 향후 갈아타기 하게 될 경우 상당한 양도세 부담을 아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한편으로는 돈을 모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원하는 매물을 스크린하며, 기회가 오기를 기다릴 따름이다. 추석이 지나면 집값의 향방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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