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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지 Oct 05. 2024

왜 있는 사람들이 더 지독할까?

2주택자가 되려던 나의 꿈은 부동산 폭등으로 꺾이고, 이제 10월이 되면 '자산'의 탈을 쓴, 그러나 실은 '부채'인 약간의 종자돈이 생긴다.


뭘 하기엔 애매하지만, 뭘 안하기에도 애매한 돈.

돈이 생기니 고민도 뒤따른다.


이 돈으로 뭘 해야 하나...

왜 나는 재테크에 무지한걸까?

왜 우리 부부는 그동안 재테크에 무지해도 될만큼 돈이 없었던 걸까?


(남편) 삼성전자나 살까? 많이 떨어졌던데....


남편의 말에 한숨이 푹푹 나온다.

으이구 남편아...어찌하여 기승전 삼성전자란 말이냐!!




경제지표며 회사 분위기며 모두가 경제침체를 점칠 때 집값이 폭등했던 것처럼, 어쩌면 모두 우상향을 말하고 있는 지금, 조만간 급매물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매하게 주식같은거 하지말고

알토란 같이 현금과 달러 모으자!

급매 나오면 바로 지를 수 있게..


다이어리를 펴고 현재 자산과 부채, 그리고 매월 저축가능액을 적어본다.


흠...매달 이만큼 저축할 수 있을까?

너무 담대한 희망인가?   

  

다이어리에 적어놓은 계획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이만큼 저축하려면 어디서 줄여야 하지?

식비를 어떻게 줄이나..


지출을 줄이기는 싫고, 돈은 모으고 싶고,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지독해야 돈 모으는 것 같던데...

주변의 지독한 사람들을 떠올려본다.




전문의 부부인 친구 S는 그 유명한 한강변 아파트에 산다.


결혼 전에도 1년에 1억씩 저축했던 그녀, 지금은 쌍끌이로 얼마를 모으고 있을지.


하루는 S가 은행에 가서 업무를 보는데 수수료가 3천원 드는 OTP를 만들어야 한다고 해서, 굳이 길 건너 다른 은행으로 옮겨가 다시 업무를 보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은행에서도 역시 OTP를 만들어야 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만들었는데 수수료가 5천원이었다는 슬픈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주었다.


아 지독하다.



서울 40평대 30억 아파트에 사는 H씨 부부는 종종 우리 부부와 만나서 티타임을 가진다.


하루는 H씨 부부를 카페에서 만났는데 H씨가 호기롭게 쏘겠다고 하길래 우리 부부는 웬일이냐 생각하며 라테 2잔을 주문했다.


그런데 H씨가 커피를 가져오는데 총 3잔만 가져오는 게 아닌가? 그러더니 자기는 부인과 아메리카노 한잔을 같이 나눠 마시겠다고 하는것이다.


(남편) 그냥 내가 한잔 더 사올게


보다못한 남편이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그제서야 다시 가서 아메리카노 한잔을 더 주문해오는 H.

지난번 한강변에서 치맥하고 남은 치킨 두 조각 집에 싸가는걸 볼 때부터 심상치 않긴 했다.


왜 늘, 잘사는 사람들이 더 지독한 것일까?




그간 고3 아이, 성장기아이들 잘 먹인다고 값비싼 회초밥과 장어덮밥을 턱턱 사주곤 했다. 이제부터는 S와 H을 떠올리며 헝그리 정신 채울 시기가 아닌가 싶다.


일단 이번달 생활비에서 20만원을 떼어 6개월짜리 예금을 들었다.


일단 없이 살아보자. 정 안되면 해지하더라도...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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