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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지 Sep 26. 2023

그래서 살림 좀 나아지셨습니까?


앞으로 집값이 오를까, 떨어질까?


몇년 전까지만 해도 이제 금리만 오르면 집값 곧 잡힐거라고 희망회로를 돌리곤 했다. 그런데 근래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다시 집값이 상승세라는 기사를 보고서 이제는 포기 상태에 이르렀다.


'2008년 이후 패러다임의 변화' 


지칠줄 모르는 자산 상승 현상에 대해 <돈의 심리학> 책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양적 완화 경제 붕괴를 막았지만 자산 가격을 올려놓았고, 이후 자산가들에게 유리한, 어떤 트렌드가 영속화되었다는 것이다.


강남 집값이 10억 안팎이던 그 시절이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불길하게도, 아마 돌아올 수 없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조그마한 소금빵 하나도 4000원인 시대란 말이다. 요즘 브런치 글을 읽다보면 '4인 가족 하루 5만원으로 살기', '3인 가족 1주일 25만원으로 살기‘ 등 도전하는 분들이 많은데, 내 월급만 빼고 죄다 오르는 작금의 고물가 세태를 반영한 것이 아닌가 싶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집값이 오를지 말지,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향후 장세 전망을 알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이 사실만 제대로 깨우치면 당신은 고수다
by 피터린치


이런 상황에서 내가 가져야 할 태도는, 아마도 어느 한 강연에서 김영하 작가가 말했던 ‘비관적 현실주의‘ 아닐까 싶다. 대책 없는 낙관 대신 현실을 직시하되, 하루하루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나가는 것이다.


예컨대, 매월 소득을 늘이거나 투자수익률 높이는 건 어려울지 몰라도 ‘지출 줄이는 일’은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것은 소득이나 투자 수익률보다는, 높은 저축율과 인내심이다.
더 적은 것을 가지고 사는 법을 배워라   
- 돈의 심리학


그런 차원에서 요즘 시작한 것이 ‘출근길 라테 생략하기'이다. 가장 줄이기 만만한 비용인 것이다. 사실 사무실에도 엄연히 네스프레소 기계가 구비되어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아침 커피점을 들러 라테 한 잔을 사들고 가는 건, 고단한 하루를 시작하기 전 일종의 ‘셀프 힐링 의식’ 같은 거였다. 그렇지만 이제 고물가로 인해 라테 한잔 비용도 푼돈이 아닌 이상, 앞으로 이런 홧김비용을 최소화해보자, 마음 먹게 된 것이다.


'홧김비용'은 스트레스를 받아 홧김에 소비하는 비용을 가리키는 신조어이다...'욜로'와 '소확행' 등의 영향도 적지 않다. 지난해 신한은행이 조사한 '직장인 주요 소비 현황'에 따르면 직장인 85.5%는 업무 스트레스를 풀기위해 홧김비용으로 월평균 약 20만원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경제)


홧김비용을 줄여 월 20만원을 아끼는 작은 행동이 시간이 지나면 복리의 기적을 만들어내지 않을까?




돈 공부를 시작한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나?


솔직히 살림살이는 그다지 나아진 게 없다. 오히려 괜히 주식 들어갔다가 물리고, 그렇게 돈이 좋냐는 가족들의 구박만 늘었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이지 않는 중요한 것들을 얻은 것도 사실이다. 원래 가치있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다.


첫째, '열망'을 얻었다. 어릴 때부터 공부만 했지 물욕이라고는 없다고 칭찬받던 내가 드디어 간절히 이루고 싶은 목표가 생긴 것이다. 원해도 못가질 수는 있지만 원하지 않으면 아예 가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둘째, '자존감'이 높아졌다. 사실 재테크는 실용주의, 미니멀리즘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또 남과 비교하고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는 마음,  허례허식 등과는 거리가 멀다. 돈 공부를 시작하면서 아무래도 물건 사들일 때 한번 더 생각하게 되었고, 그동안 '남'에 가 있던 시선을 '나'로 가져올 수 있었다.


남과 다르게 생각고 남이 침범할 수 없는 내면을 구축하는 것,

독립적인 정신을 가지고, 물건 구매가 아니라 경험에서 얻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

재테크에 관심을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추구하게 된 새로운 삶의 방향성이다.  


셋째, '일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얻었다. 매일 '퇴사'를 입에 달고 살던 나였는데, 재테크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매달 일정한 소득을 주는 직장의 가치를 재평가하게 되었고, 앞으로 퇴직 전까지 종자돈을 모으고 불릴 기회가 남아 있음에 감사하게 되었다. 세계적인 부자 워런 버핏도 50세 때 재산은 지금의 0.2%에 불과했고 99%의 자산은 50세 이후에 모은 것이라고 하지 않나. 지금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은 것이다.

   

넷째, '여유로움'을 얻었다. 사실 재테크 공부를 시작하게 되면 괜히 헛욕심이 생기고 마음이 조급해져 당장 뭐라도 해야할 것 같고, 나혼자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불안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투자는 노력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멍청하게 노력하는 게 제일 위험...!), 때로는 아무 것도 안하는 것도 투자임을 알게 되었다.  

비즈니스, 투자, 금융에서는 노력과 결과 사이에 상관성이 거의 없다. 그 이유는 몇 안되는 소수의 사건이 결과의 대부분을 책임지기 때문이다. 꼬리가 '모든 것'을 좌우한다. 중요한 것은 100%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길 때 크게 이기고 질 때 작게 지는 것이다. 크게 이기는 그 순간에 집중하라. 지루한 시간이 끝도 없이 계속되다가 간간이 끼어드는 공포의 순간에 당신이 보이는 반응이 투자의 성공을 가름할 것이다.  - 돈의 심리학


기회가 왔을 때 크게 이기는 내가 되기 위해, 계속 관심을 갖고 돈 공부를 해아가야 한다.




그간 써놓은 글들을 읽어보니 일견 앞뒤가 안 맞는 내용들이 눈에 띈다. ㅠ 언제는 회사 일 대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가, 또 언제는 평생 일할 거라고 하고, 언제는 재테크 공부가 필요하다고 했다가, 또 언제는 투자가 노력해서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고...그렇지만 모두 일말의 진실을 담고 있으니 어찌하리.  


<돈의 심리학> 책에 소개되었던 문장 하나로 이 브런치북을 마무리해본다.

앞뒤가 안 맞을 수도 있지만 인생이 늘 앞뒤가 맞는 건 아니잖아요?  
- 뱅가드 설립자 존 보글 <월스트리트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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