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 시작부터 엄청난 기대와 열정이 샘솟다.
교환학생 생활을 하면서 해내야 할 미션이 두 가지 있다.
1) 외국 학생들 인터뷰하기
당신의 외모는 몇 점 만점입니까?라는 쇼츠 인터뷰가 유행하던 시절, 유튜브 채널을 통해 나도 인터뷰를 해보겠다는 야심 찬 결심을 했다. 한국에서 큰 삼각대와 작은 삼각대, 마이크까지 야심 차게 준비해 왔다.
다양한 나라에서 온 외국인 학생들이 어떤 목표로 독일 올덴부르크에 모이게 되었는지, 어떤 꿈을 꾸는지를 담고 싶었다. 독일에 도착하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다양한 국가의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러시아, 루마니아, 카메룬, 우크라이나, 콜롬비아까지 책에서만 보던 나라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모여 있었다.
2) 주문제작한 인센스 홀더 팔기
겨울방학 동안 펀딩을 하기 위해 인센스 홀더를 제작했다. 시제품 뽑기부터 3D모델링, 완제품 제작까지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마침내 "뽄새토끼"라는 홀더를 만들어 냈다. 노상 장사를 할 생각으로 홀더 제품, 캐릭터 관련 굿즈를 제작해 캐리어 한편에 실었다. 가판대를 가져갈 수는 없기에 노란 다이소 돗자리도 빼놓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독일에서 반드시 해야 할 두 가지 플랜을 계획하고 떠났다.
하고자 하는 것들에 필요한 준비물까지 가져갈 만큼 내 안에 열정은 MAX 상태였다.
24KG 캐리어 두 개를 끌고 마침내 올덴부르크에 도착했다.
"교환학생 친구들, Moin! "
버디네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 독일어 수업에 참석했다. 교환학생들끼리 모여 개강 한 달 전
독일어 기초 적응 수업 같은 것이다. 타지에 왔다는 공톰점으로 여러 친구들과 만나니 별거 아닌 이야기마저도 특별하게 느껴졌다. 물론 종종 영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순간에는 고개를 끄덕이는 할리우드 리액션을 적절히 포함하면서 말이다. 독일에 온 지 1일 차, 나의 영어는 꽤 괜찮게 느껴졌다.
그날 저녁, 나는 독일어 수업에서 만난 정열적인 콜롬비아 친구 디에고의 제안으로 살사&바차타 댄스 수업에 갔다. 디에고는 바차타 댄스만 참가했기에 늦게 도착했다. 나는 커다란 강당 안, 뻘쭘하게 서 있는 유일한
동양인이었다. 음악이 틀어지니 모두가 춤을 추었다. 알지도 못하는 살사를 갑자기 춰야 하는 순간이었다.
털이 쭈뼛서며 오글거렸지만 모두가 가볍게 워밍업 하는 순간 나 혼자 이방인처럼 서 있고 싶지는 않았다.
나름대로 비슷한 스텝을 밟아가며 추고 있으니 이상함을 감지하고 선생님께서 다가왔다.
스텝을 알려주셨지만 오글거리지 않는 척 춤을 추고 있는 것 마저도 벅찼기에 선생님의 설명이 잘 들리지는 않았다. 워밍업 음악이 멈추고 파트너와 돌아가며 춤을 추었다. 춤 때문에 당황한 모습을 감춘 채 다가오는
파트너들의 이름과 나라를 물으며 춤을 익혔다.
파트너들이 계속 바뀌어가며 점점 춤에 적응했다. 그러나 내 앞에 선 독일인 친구를 보는 순간, 전 남자친구 데릭이 생각났다. 데릭은 미국인이었지만 독일계 조상이 섞여 있어 묘하게 독일 장교 같은 인상을 풍기는 외모였기 때문이다. 스텝은 헷갈리고 전 남자친구를 닮은 독일인이 내 몸을 잡고 돌려대니 너무 쑥스럽고 부끄러웠다. 큰 음악 소리 속 말까지 건네니 더욱 당황해서 얼굴이 빨개졌다.
신나서 무언가를 말하는 독일인 친구의 이름은 마틴이었다. 한국인이라고 하니 나를 알 것 같다고 했다. 알고 보니 마틴은 버디의 친구였다. 다음날 내 버디의 친구, 요한나는 살사 클래스의 마틴이 나를 만났다는 이야기를 했다며 재밌어했다.
그렇게 순간 빨갛게 달아올랐던 얼굴을 진정한 채 정신을 차려보니 디에고가 다가왔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알고 지낸 지 고작 하루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마저도 익숙한 친구 디에고를 만날 수 있었다.
그렇게 혼란의 살사& 바차타 클래스를 마치고 기숙사로 갈 수 있었다.
기숙사로 가며 비록 당황했지만 앞으로의 교환학생 생활이 짜릿하고 재미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가득 찼다.
괜스레 K-POP 댄스를 추며 이 학교에서 유명해지는 상상에 잠겼다.
내가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 만큼, 사람들도 나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하루 만에 여러 가지 감정이 든 경험을 하니 앞으로는 어떤 경험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라는 하는 마음에
잠긴 하루였다.
독일어 수업이 끝나면 하루하루 수영장, 공원, 올드타운과 같은 곳을 친구들과 탐방했다. 대단한 장소가 아님에도 신기하고 재밌는 것은 바로 낯설기 때문일 것이다. 익숙하게 지하철에 내려 보이는 집 앞 마트가 아닌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르는, 화려한 유럽풍의 건축물 속 존재하는 것이 낯설었다.
그 낯섦이 설레는 지금을 간직하려고 한다.
낯설지만 짜릿했던 댄스 수업 후 느낀 감정을 다시 한번 되새긴다.
사실 내가 퀸카가 될 수 있을지는 나도 모른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도 그 여정을 함께 하시며 즐거우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