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쌤

by 정양갱

우리 셋은 선글라스처럼 생긴 보호 안경을 썼다. 넉 달 전 이곳 성형외과에서 왼쪽 무릎 위쪽에 있는 점 제거 수술을 받은 나는 흉터를 없애기 위한 레이저 시술을 받고 있다.(*4회 '안녕 점') 보호 안경은 레이저 시술 시 눈을 보호하기 위해서 써야 한다고 했다.


레이저 시술은 이번이 세 번째다. 의사 선생님은 매번 세 개의 보호 안경 중에서 가장 새것처럼 보이는 것을 나에게 주셨다. 간호사 언니에게 그다음 좋아 보이는 것을 주시고 자신은 안경의 한쪽 다리가 덜렁거리는 가장 낡아 보이는 것을 쓰셨다. 레이저 시술을 받는 나도 그렇지만, 이 간호사 언니 역시 특별히 하는 일이 없어 보이는데, 미리 챙겨져 있는 약품 트레이를 의사 선생님에게 가져다주고 시술을 마칠 때까지 서 있는데, 그래도 선생님은 매번 나와 간호사 언니에게 자신이 쓸 보호 안경보다 좋은 것을 주셨다.


첫 번째 레이저 시술을 받을 때는 마취 연고를 발랐다. 덕분에 시술 당시에는 아픈 것을 크게 느끼지 못했지만 마취가 풀린 후 사나흘 정도 통증이 느껴졌다. 상처가 아무는데도 2주 정도 시간이 걸렸다. 두 번째 레이저 시술은 마취 연고를 바르지 않았는데 상처만 보면 첫 번째 시술보다 훨씬 아플 것처럼 보였다. 피가 흐르지는 않았지만 피부가 피를 잔뜩 머금고 있는 것같이 시술 부위가 새빨갰다. 이런 표현이 적절할지 모르겠지만 상처 부위가 부어서 왠지 너덜너덜해 보이기도 했다. 두 번째 시술 후에도 사나흘 정도 통증이 느껴졌으니 아마 첫 번째 레이저 시술과 비슷한 강도로 레이저 시술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선생님이 마취를 할지 말지 잠깐 고민하셨던 걸 되돌아봐도 첫 번째 레이저 시술과 비슷한 강도의 시술이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두 번째 시술 후 상처가 아무는데도 2주 정도의 시간이 걸려다.


앞서 받은 두 번의 레이저 시술이 모두 꽤 아팠기에 이번 시술을 앞둔 나는 걱정이 많이 됐다. 의사 선생님은 이번에도 마취 연고를 바르지 않고 시술을 할 것이라고 했고, 지난번 시술들처럼 아프지는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셨다. 마취하지 않는다는 게 걱정스러웠지만 아프지 않다고 하시니까 일단 안심. 레이저 시술 기계의 전원이 켜졌고 시끄러운 기계음이 수술실 안에 울려 퍼졌다.


내가 마취 연고를 바른 날이든 바르지 않은 날이든, 의사 선생님은 레이저 시술을 시작하기 전 마취 연고를 바르지 않은 자신의 왼쪽 팔에 레이저 기계를 가져다 대면서 시술 정도를 보여주셨다. 처음 선생님을 봤을 때 팔에 왜 그렇게 상처가 많은지, 궁금했는데 바로 이런 행동 때문이었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모든 레이저 시술을 받는 환자 앞에서 자신의 팔에 미리 시술하며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만큼 선생님의 왼쪽 팔에는 레이저 시술 상처가 많았다. 물론 레이저 치료가 흉터나 색소 침착 등을 없애는 시술이기 때문에 선생님도 시술 이후 상처 관리를 잘하면 새살이 돋아서 더 깨끗한 피부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럴 새가 없이 선생님은 자신의 팔에 매번 먼저 시술을 하며 환자들에게 보여주시는 듯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선생님은 자신의 팔에 먼저 레이저 기계를 갖다 대면서 레이저의 강도와 피부의 반응을 보여주셨다. 이번 시술은 내가 받은 첫 번째, 두 번째 시술과는 확실히 달랐다. 시술 부위는 전혀 빨개지지 않았고, 통증도 약했다.


레이저 시술 후 나온 나를 엄마가 맞아줬다. 의사 선생님은 병원을 나서는 문이 있는 곳까지 나와 엄마를 배웅해 주시면서 인사를 했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었다. 이번 진료가 마지막일 것이란 것을. 선생님은 나에게 여드름이 많이 좋아졌다고 말씀하시면서 진심으로 좋아하셨다. 점 제거 시술을 위해 찾은 나를 보고 처음 하셨던 말이 여드름이었는데, 마지막에도 여드름 이야기를 하셨다. 하지만 이제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나는 웃었고, 앞으로 선생님을 볼 수 없을 거라는 사실에 조금 서운한 마음도 들었다. 선생님은 상처 부위에 흉터 연고와 선크림을 잘 바르고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오라고 하셨다. 나는 알고 있었다. 점을 제거한 나의 상처는 거의 다 아물었다. 이제 상처는 계속 희미해질 것이다. 그래도 상처가 조금은 남겠지, 이 상처를 볼 때마다 나는 이 의사 선생님을 떠올릴 것 같았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안녕 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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