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엄마를 때렸다

트라우마를 덮어쓰는 방법

by 텔테일telltale

났을 때부터 엄마를 좋아하지 않는 생명이 있을까? 아마 대부분의 포유류는, 그리고 특히 인간은 아기 때부터 엄마를 찾아 울어댔을 것이다. 엄마는 생존을 위한 모든 것을 제공해 주는 존재니까. 물질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절대적으로 엄마를 따르며 형성해 온 애착관계는 결코 잘라낼 수 없는 것이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그런데, 엄마에게는 달랐던 모양이었다. 수술 이후, 엄마는 나에 대한 애정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온 듯했다.


"어휴, 또 거실 나와있어? 넌 좀 학원 갔다 왔으면 방에 들어가라. 꼴 보기 싫다."


엄마는 내 모습을 보는 것조차 싫어했다. 내 체취도 역겹다며 내 방에 들어오지 않는 것은 물론, 내가 입었던 옷은 오물 취급이었다. 거실이나 식탁에서 내가 앉았던 자리 또한 더러운 곳이라며 벅벅 문질러 닦았다. 나는 점차 내 방에서 나오지 못하게 되었다.


"아우! 너 왜 니 컵 아닌 걸로 물 마셔!"


내 손에 들려있던 컵을 빼앗겼다. 그리고 이마를 한 대 맞았다. 내 것으로 '배정된' 플라스틱 컵이 아닌 다른 컵에 물을 따랐다는 게 이유였다.


"더럽게 동생 컵에다 물을 따라 마시려고 하니?"


서러웠다. 불가촉천민 취급을 당하는 이유도, 엄마의 애정이 나에게서 떨어져 나간 이유도, 아무리 생각해도 혼자서는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소리 질러 따져 물었다.


"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데! 내가 왜 그렇게 싫은데!? 내가 더럽다는 거야 뭐야!"


"너는 내가 하라면 하라는 대로 좀 할 것이지 꼬치꼬치 다 캐물어야 직성이 풀려!?"


"이유를 말해! 말하라고!"


엄마는 대꾸하기 싫다는 듯 안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엄마를 뒤쫓아갔다. 그런 나를 엄마는 밀어 넘어뜨렸다. 엉덩방아를 찧고 주저앉은 상태로 나는 애처럼 울었다.


"왜!"


"더러운 몸뚱이로 감히! 여길 왜 들어와!"


"왜 자꾸 더럽다고 하냐고!"


내 목소리가 점점 악다구니로 바뀌어갈 무렵, 엄마는 내 입을 거칠게 틀어막았다. 숨이 막힐뿐더러 목뼈가 부러질 것처럼 아팠다. 나는 엄마의 손을 쳐냈다. 쳐낸 손 위로 다시 엄마의 손이 올라왔다. 그렇게 몸싸움이 시작됐다.


"하지 마! 놔!"


"아래윗집에 광고할 거야? 싸운다고? 시끄러우니까 닥쳐! 입 다물라고!"


입고 있던 옷의 목덜미가 붙잡혔다. 엄마는 바닥에 웅크리다시피 한 나를 내방으로 질질 끌고 갔다. 옷에 목이 졸린 나는 켁켁댔다.


"그냥, 너는 나를 스트레스받게 하니까 나랑 말 섞으려 들지를 마."


그 말을 마지막으로 엄마가 내 방 밖으로 나갔다.


버려진 기분이 들었다.


안방에 들어가지 않기. 내 방에서 나오지 않기. 세탁기에 내 옷을 다른 가족 빨래랑 섞어 빨지 않기. 내 수건 정해서 쓰기. 내 컵, 내 식기, 내 숟가락 정해서 쓰기. 엄마가 쓰는 발수건 쓰지 않기. 등등. 나를 더러운 것 취급하는 엄마의 규칙에 복종해 왔는데, 그 끝에 얻은 답변은 '말 섞으려 들지 말라'는 것이었으니까.


방문을 쾅 닫았다. 할 수 있는 한 모든 힘을 다해서 세게.


형용할 수 없는 분노와, 공허감과, 울분, 서러움, 억울함... 그 모든 부정적인 감정들을 토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 직후 엄마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 미친년이 너 돌았어? 대놓고 반항하는 거야!?"


그리고 책상 위 올려져 있던 두꺼운 문제집 모서리로 내 머리를 내려찍었다. 나는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손을 갖다 대어보니 맞은 부위가 뜨겁게 부어올라있었다. 시야가 분노로 새빨개진다는 기분을, 나는 그 당시 처음으로 느껴보았다.


"한 번만 더 큰소리 나게 방문 닫기만 해봐!"


엄포를 놓으며 뒤돌아서는 엄마를 향해, 나는 그 문제집을 집어던졌다. 문제집은 엄마의 머리 위쪽을 가격했다. 엄마가 비명을 질렀다.


"너 지금 날 때린 거야? 이거 미친년 아냐?"


"엄마도 지금껏 나 때렸잖아."


"그건 니가 말을 안들은 거고, 내가 널 때린 거랑 니가 날 때린 게 같아?"


엄마는 경악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세계 최고의 배신자를 바라보는 듯한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너... 너 이건 절대 용납 못해."


그러더니 거실에 있는 전화기를 들었다.


난 뒤늦게 방바닥에 떨어진 핏자국을 발견했다. 엄마의 것인지, 나의 것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우리 둘 다 머리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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