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새벽의 고요한 침묵 속, 나는 무거운 마음으로 전화기를 들었다. 익숙하지 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 있으세요? 말씀해 보세요.”
내게는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은 채로 묻어 나온 한 마디였다.
“희망이 없어요.”
상담사는 끈기 있게 물었다.
“잠은 잘 주무세요?”
“아니요.”
“식사는 하셨나요?”
“아니요.”
마지막으로 그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필요하면 언제든 다시 전화 주세요.”
뚜… 뚜… 뚜…
신호음이 멈췄다.
하나, 둘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눈을 감았다. 잠시나마 이대로 영원히 눈을 감고 싶다는 생각으로.
하지만 역시나, 그럴 수는 없었다. 결국 다시 깨어나고 말았다.
한순간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었다.
내가 지켜왔던 것들이 무너져 내렸다.
사람도, 일도, 삶의 방향도 보이지 않았다. 바닥에 주저앉아, 나는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 두려웠다.
그러나 생각이 거기에 미쳤을 때, 문득 내 곁에 항상 남아있던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항상 나를 위해 기다려주던 그 사람.
이 넓은 세상에서 단 한 사람이라도
내 옆에 남아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다시 살아볼 수 있지 않을까.
눈을 감은 채로 그 사람과 함께했던 시간을 떠올렸다.
그리고, 앞으로 함께할 미래의 모습도 함께 그렸다. 살고 싶었던 것일까.
결국 눈을 떴다.
다시는 뜨고 싶지 않았던.
그리고는, 밖으로 나와
한 발 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걸으니 포기하고 싶었던 날들이 아까워지기 시작했다. 한걸음 한걸음 다시 빠르게
그렇게 천천히 다시
나는 달리게 되었다.
.
.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물었다.
“많이 힘들었지. 지금은 어때?”
나는 말없이 그를 안았다.
“이제는 어떤 일도 두렵지 않아.
어떤 일이든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거야.”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그리고 나를 포기하지 않게 해 준 단 한 사람.
그의 존재는 내 인생의 커다란 위로였다.
나는 그에게 어떠한 순간에도 그의 존재를 당연히 여기지 않게 되었다. 그저 감사했다.
고통과 시련의 끝에서 나를 일으켜 세운 것은,
세상이 아닌 지금 내 옆에 있는 단 한 사람.
너
너 하나면 이 세상 어떤 일이 일어나도
무너지지 않는다.
- 다시 올라가 -
끝난 줄 알았어, 모든 게 무너진 듯
아무 의지 없이 흘러가던 나날들
하루하루 버티며 숨만 쉬고 있었어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뜰 때마다 더 아팠어
홀로 남겨진 고통 속에서
모든 걸 포기하려 했지만
그때 네가 내 곁에 남아준 걸 느꼈어
내가 살아있던 이유, 그게 너라면 믿어볼게
다시 올라가기로 결심해, 처음부터 시작해
하나, 둘, 걸음을 떼며
아픔 속에서도 또 일어섰어
다시 부딪히고 다시 넘어져도
이젠 두렵지 않게 됐어
천천히 속도를 얻어가며
아래로만 떨어질 것 같던 내 인생 곡선이
어느 순간부터 다시 위로 향해 가
끝이라고 여겼던 순간마다
작은 빛이 나를 일으켜 주었어
결국 다시 올라가, 더 높은 곳을 향해
또 떨어진대도 예전만큼 아프지 않아
처음부터 시작해도 이젠 두렵지 않아
그래, 다시 또다시
올라갈 거야, 멈추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