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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sol Nov 23. 2024

아버지와의 마지막 비행

하늘은 절대 너를 봐주지 않을 거야.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은 활주로 끝.






고흥의 바람은 잔잔하게 들판을 스쳤고, 이륙을 준비하는 경량항공기 주변엔 비행 전 특유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주변에는 오래된 격납고와 소박한 조종사 강의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저 멀리 보이는 산맥과 초록빛 평야는 고흥 특유의 평화로움을 더했다.







Goheung Highwind Academy는 크지 않은 비행학교였지만, 이재현의 교육 철학과 하늘을 향한 열정이 녹아 있는 특별한 곳이었다. 이곳에서 배운 비행 기술과 하늘을 향한 사랑은 수많은 조종사들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이도현은 조종석에 앉아 조종간을 쥐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어떠한 떨림도 없었다. 그저 비행에 대한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오늘은 고흥에서의 마지막 비행이었다. 그의 비행을 지켜보는 아버지 이재현은 활주로 한쪽에서 점검표를 들여다보며 무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준비됐지, 도현아?"

이재현은 평소처럼 단호한 목소리로 물었다. 하지만 어딘가 아쉬움이 섞여 있었다.







"네, 준비됐어요. 오늘도 잘 부탁해요, 아버지."

도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대답했다.







재현은 미소를 지으며 점검표를 덮었다.

"좋아. 오늘이 한국에서 하는 마지막 비행이야. 하지만 언제나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걸 잊지 마라."







도현은 심호흡을 하고 엔진을 켰다. 낮게 울리는 소리가 점점 강렬해지며 비행기를 감쌌다. 그는 활주로 위에 항공기를 정렬시키며 말했다.

"아버지, 갔다 올게요."







"그래, 이륙을 허가한다."








하늘은 도현의 첫사랑이었다.







어린 시절, 그는 활주로 근처에 앉아 아버지가 학생들에게 비행을 가르치는 모습을 지켜보곤 했다. 그때 처음으로 하늘에서 내려다본 세상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했고, 아버지의 조종간 위 손길을 따라 비행을 배우기 시작했다.







""너에게 처음 비행을 가르쳐준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네가 내 곁을 떠날 준비를 했구나."

재현은 하늘 너머를 바라보며 통신기를 통해 도현의 항공기에 말했다.







"아버지 아니었으면, 제가 이만큼 하늘을 사랑할 수 있었을까요?"

도현의 목소리는 진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래도 이제는 제가 하늘을 증명할 거예요."







재현은 그의 말에 잠시 침묵했다. 이내 조용히 대답했다.






"하늘은 언제나 너에게 모든 것을 요구할 거야. 네 열정, 네 용기, 그리고 네 실력까지. 감당할 수 있겠지?"







"네." 도현은 단호하게 말했다. "제가 어떻게 날아오를지 지켜봐 주실 거죠?"







맑게 갠 하늘 아래, 도현의 비행기가 활주로를 박차고 이륙했다. 구름 한 점 없이 투명한 하늘이 고향에 작별을 고하듯 펼쳐졌다. 도현은 비행기를 천천히 선회시키며 자신이 자란 고흥의 풍경을 다시 한번 눈에 담았다. 산맥 너머로 펼쳐진 들판과 아버지가 일궈온 작은 비행학교는 그에게 추억과 미래를 동시에 선사했다.







착륙을 마치고 활주로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재현은 통신기를 통해 마지막 조언을 건넸다.

"도현아, 네가 하늘에서 무엇을 증명하든 상관없다. 하지만 하늘은 절대 너를 봐주지 않을 거라는 걸 명심해."







비행을 마치고 무사히 복귀한 도현은 조종석에서 내려 아버지를 향해 깊이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아버지."






그날 저녁, 도현은 Goheung Highwind Academy를 떠났다.







이제 그가 향하는 곳은 세계 최고의 비행학교 Celestial Wings Academy였다.







새로운 도전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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