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하늘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순간 끝인 거야
새벽 4시가 지나고, 아침이 찾아왔다.
도현은 Celestial Wings Academy의 기숙사 창밖으로 붉게 물든 하늘을 바라보았다.
"미국 하늘도 한국 하늘처럼 똑같네."
그는 중얼거리며 서둘러 제복 넥타이를 매만졌다. 오늘은 첫 수업 날이었다.
기숙사 복도를 따라 걸어 나가니,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새하얀 제복을 입고 각자의 언어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도현은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어깨를 펴고 강의실로 향했다.
첫 수업
문을 열자, 강의실 중앙에 놓인 시뮬레이터가 눈에 들어왔다. 벽면에는 항공기의 최신 비행절차와 기동을 설명하는 수많은 자료가 빼곡히 붙어 있었다.
학생들이 서서히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도현은 뒤쪽 빈자리에 조용히 앉았다.
잠시 후, 교관 에밀리 웨스트가 들어왔다.
"Welcome to Celestial Wings Academy. You’re not here to fly planes. You’re here to learn to master the skies."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하지만 강렬했다.
수업이 끝난 뒤, 에밀리 교관은 학생들을 비행 시뮬레이터 앞으로 불러냈다.
"Who will go first?"
교관이 묻자, 학생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온 도현이 해 보지 그래?"
어디선가 익숙한 한국어가 도현의 귀를 때렸다.
뒤를 돌아보니, 같은 중학교 선배였던 박준호였다
팔짱을 낀 채 비웃음을 띠고 있었다.
학생들의 시선이 도현에게 쏠렸다.
그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대답했다.
"Okay. I'll go first."
도현은 시뮬레이터에 앉아 조종간을 잡았다.
강의실 안 불이 꺼졌고, 시뮬레이터의 정면에는 가상의 하늘이 펼쳐지며, 엔진 소리가 울렸다.
"Take off and maintain your altitude."
교관이 명령했다.
도현은 침착하게 스로틀을 밀어 올렸다.
"brake hold, 정면 보면서 power increase to 3500"
도현은 방금 전에 배운 이륙 절차를 읊조리며 항공기를 이륙할 준비를 마쳤다.
"연료, 오일 압력 이상 없고
increase to 4000, now stable,
engine instruments all in the green"
"Engine still alive"
'모든 준비를 마쳤다.'
도현은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Breake release Now!"
그 순간, 에밀리 교관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시뮬레이터를 조작하여 측풍 바람을 강하게 설정한 것이다.
도현은 이를 예상하지 못했지만,
항공기가 오른쪽으로 밀리는 순간 침착하게 활주로 중앙을 유지했다.
"방향 유지, 방향 유지"
모두가 도현의 이륙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었다.
"Smooth takeoff!"
교관이 말했다.
도현은 에밀리 교관의 칭찬에 한숨 돌리는 듯했다.
하지만, 그 순간 상승 중이던 항공기가 이리저리 요동치며 극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Is this all you’ve got, rookie?"
뒤에서 박준호의 비웃음이 들려왔다.
도현은 조종간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며,
요동치는 항공기를 컨트롤하지 못하고 있었다.
"Loosen your body!"
교관은 당황한 도현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는 사실을 캐치했다.
"If you don't handle the aircraft gently, the aircraft will never listen to you"
도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계기판의 자세계를 확인했다.
도현은 순간 경직된 자신의 모든 신체를
심호흡하며 이완시켰다.
결국, 비행기는 안정되었고,
시뮬레이션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도현은 숨을 고르며 시뮬레이터에서 내려왔다.
"Not bad"
준호가 어깨를 툭 치며 지나갔다.
그러나 그 눈빛에는 경계심이 서려 있었다.
다른 학생들이 도현을 힐끔거리며 수군댔지만,
도현은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수업이 끝난 후, 도현은 짐을 챙기려다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Hey, you’re pretty good!"
금발머리, 파란색 눈동자가 매력적인 미국 여성이었다.
그녀는 환한 미소와 함께 도현의 앞에 섰다.
"Thanks,"
도현이 짧게 대답하자 그녀는 손을 내밀었다.
"I’m Claire. If you ever need help, let me know."
도현은 잠시 머뭇거리다 손을 맞잡았다.
"Lee Dohyun. Thanks. I’ll keep that in mind."
그날 밤, 도현은 기숙사 침대에 누워 하루를 되짚었다.
박준호의 조롱, 클레어와의 인사, 그리고 자신이 이곳에서 겪은 첫 비행 시뮬레이션의 긴장감까지.
아버지의 조언이 떠올랐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순간 끝인 거야."
도현은 자연스레 첫 솔로 비행 당시가 떠올랐다.
아버지 이재현은 도현의 랜딩을 직접 보지 않았다.
그는 도현이 자신의 시선을 의식할까 봐 일부러 등을 돌리고 있었던 것이다.
"네가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하늘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마."
"단 한순간이라도 집중하지 못하면 한순간에 모든 게 끝일 수도 있으니까."
도현은 스스로에게 다짐하며
천장을 바라보던 눈을 천천히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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