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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진 Oct 08. 2023

촛불 이후

1     


2016년-2017년 한국에서 촛불 항쟁이 있었다. 서울의 광화문에서 백만 시민이 하나 되어 거리에서 함께 했던 그날들의 숨소리와 외침들이 내 몸 곳곳에 아직은 가슴 벅찬 시간으로 살아있다.     


촛불 이후 5년여의 시간이 지났고 촛불에 의해 탄생한 정부가 막을 내리고 있다. 지금 여기 한국의 시간이 촛불이라는 감각의 경험을 불러내고 있다. 하지만 촛불을 들었던 경험이 있을 뿐 촛불 이후를 나는 기획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나에게 촛불의 의미는 경험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2     


촛불 이후 촛불의 의미에 대한 목소리들이 있었다. 시위 아닌 혁명 아닌 항쟁이었다거나 시민주권을  단계 발전시켰다거나 재벌 중심의 정치경제 시스템 자체를 통째로 바꾸지 못했다거나 하는 목소리들에 공감했다.     


그중에서 수십 년간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재벌 중심의 정치경제 시스템 자체를 통째로 바꾸지 못했다는 목소리는 조금 생뚱맞기도 했다. 애초에 촛불이 그럴 의도나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럴 계획이나 기획이나 준비가 없었다는 것이다.     


나를 비롯한 백만 시민들이 촛불을 들었던 이유는 부정부패한 정권을 탄핵하는 것이었다. 물론, 당시 촛불을 들었던 이들 중에는 촛불의 목적지가 1987 민주주의 체제  재벌체제를 넘어선 새로운 체제를 준비하는 것이기를 바라는 이들도 있었다. 다만 바람이 있을 뿐이었다.          



3     


‘촛불 정부’가 아니어도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한국 사회의 군부독재세력에 의해 뿌리 깊어진 ‘재벌‧정치‧검찰‧언론’이 유착된 기득권 시스템에 대한 개혁의 목소리는 있어왔다. 촛불 이후에 그 시스템에 좀 더 균열을 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촛불 이후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균열은커녕 오히려  공고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을 대선정국을 통해 확인하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이 촛불의 경험을 씁쓸하게 만들고 있는 것만 같다.     

그럼에도 아니 그래서 촛불을 들었던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선을 앞둔 지금 다시 촛불을 드는 심정일 수밖에 없는 것이겠다. 그 심정은 다른 무엇보다 국정농단이나 부정부패한 세력이 다시 등장하지 않기를, ‘재벌‧정치‧검찰‧언론’이 유착된 기득권 시스템이 해체되기를 바라는 것이겠다.          



4     


전 지구적인 경제위기, 기후위기, 전쟁위기, 전염병 위기가 닥쳐 인류사적인 체제 전환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 지금 지구 곳곳의 지도자들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지구 위기에 현명하게 대응할 수 있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본다.     


그런 점에서 적어도 지구 위기에 공조하지는 않을 만한 사고와 의지와 정책을 가진 후보, 그러기 위해서라도 ‘재벌‧정치‧검찰‧언론’이 유착된 기득권 세력에 의해 공고히 유지되고 있는 불평등 구조를 해소할 수 있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본다.     


어린이에서부터 여성, 노인, 장애인, 성소수자, 노동자, 농민, 영세사업자에 이르기까지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한국 사회 전반에 만연한 불평등 구조를 해소해 갈 가능성이 보이는 후보에게 한 표 행사해야 하지 않겠나 싶다.          



2022.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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