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움 Oct 14. 2023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1     


러시아의 대문호라고 불리는 톨스토이는 작품을 통해서 묻는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마다 그에 대한 답은 다를 것이다. 톨스토이가 들려주는 답(사랑-희생)에 동의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 물음에 대한 자신의 답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해 보인다. 



2     


‘돈으로 삶을 살 수(buy) 없지.’ 쿠바 바라코아에서 만난 그림을 그려 판매하던 화가의 말이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문득 의문이 들었다. 돈으로 살 수(buy) 없는 삶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생활’과 무엇이 다를까. 자신은 뭔가 ‘다른 삶’을 사는 듯 말하기는 쉽지 않다. 그 화가는 돈으로는 살 수(buy) 없는 삶을 살고 있거나 그런 삶을 알고 있기에 그렇게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쿠바 여행에서 열흘 가량 동행했던 에이스가 쿠바 화가의 말을 받아 웃으면서 “돈이 없으면 삶을 살 수(live) 없지”라고 말한 것은 조금 의외였다. 스스로 자연에 관심이 많은 박쥐 전문가라고 밝혔던, 파퓨아뉴기니 섬의 원주민들과의 한 달여의 생활이 행복했다고 말하던,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자기가 좋아하는 사진작가를 준비 중이라고 알려주던 그였기에 그랬을 것이다. 나에게 그는 돈으로 살 수(buy) 없는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때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그 쿠바 화가가 에이스가 말한 ‘돈이 없으면 살 수(live) 없지’라는 말을 이해했을까 의문이 들었다. 나에게 에이스의 말은 고개가 끄덕여지는 당연한 것이었기에 그 쿠바인에게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자본(돈)이 지배하는 자본주의와 다른 사회에서 태어나서 자라온 그가 ‘돈이 없으면 살 수(live) 없지’라는 말을 이해했을까. 그것은 마치 자본주의 사회에서 태어나서 자라온 사람이 ‘돈이 없어도 살 수(live) 있지’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는 것과 같은 것이리라.



3     


자본주의와 같은 체제를 포함하여 삶의 환경을 이루는 주어진 삶의 조건이 다르면 생각은 다를 수 있다. 한 사회를 이루는 환경을 이해하는 것은 그 사회와 사람들을 이해하고 그 사회를 수월하게 살아가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그 이해를 바탕으로 그 환경에 적응을 하거나 환경을 바꾸거나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살기 좋은 살고 싶은 환경에서 잘 살기 위해서 말이다.     


비합법을 합법화하는 국가도, 재벌공화국도, 부동산 공화국도, 차별과 혐오와 배제도, 무한경쟁과 승자독식도 돈이 없으면 살 수(live) 없기에 자본을 많이 가진 것이 권력이 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자연스러운 일로 보인다. 자본주의 체제니까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런 사회 환경에 적응도 하고 환경을 바꾸며 자본주의 체제와 다른 공동체를 이루며 살려 애써왔고 애쓰고 있기도 하다. 자본주의 체제를 살고 있기에 자연스러운 일들을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환경을 바꾸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자연스러워 보인다. 함께 잘 살고 싶은 것이리라.     


사회 환경을 이루는 정치·경제체제를 바꾼다는 것은 혁명적이라고 할 만큼 어려운 일이지만 그런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이나 환경을 바꾸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중요해 보인다. 그렇다면 환경을 바꿀 방법은 찾아질 것이고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4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그에 대한 답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해 보이는 것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돈이 없으면 삶을 살 수(live) 없을 뿐만 아니라 ‘생활’조차 힘들다는 사실일 것이다. 또한 돈으로 살 수(buy) 없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돈 버는 데 하루 대부분의 시간과 에너지를 뺏기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일 것이다.     


돈으로 살 수(buy) 없는 삶을 살고 있고 그런 삶을 살 수(live) 있다면 자유롭고 행복한 삶일 것이다. 누구나 의지만 있으면 그런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라면 그 사회는 자유롭고 행복한 곳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2021. 10. 10)

               



아래의 <쿠바 여행>이라는 글에서 썼듯이 2017년에 25일간 쿠바를 방문했다. 자본주의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그들이 실제로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위 글을 쓰게 된 것은 ‘돈으로 살 수(buy) 없는 삶’에 대한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에게 ‘돈으로 삶을 살 수(buy) 없다’는 쿠바 화가의 말도, ‘돈이 없으면 삶을 살 수(live) 없다’는 에이스의 말도 모두 맞는 말로 들렸다. ‘삶’의 의미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나에게 두 사람 모두 ‘돈으로 살 수(buy)’없는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는 사실은 중요한 것이었다.      


돈이 없어도 생활은 할 수 있는 쿠바와 같은 사회라 하더라도 ‘돈’은 필요하다는 사실, 또한, 돈이 없으면 당장 생활조차 힘든 것이 자본주의 사회이지만, 해서 ‘돈의 노예’가 되기 십상이지만, 그럼에도, 생활을 해결해 나가면서,  사랑, 자유, 행복과 같은 ‘돈’으로만 살 수(buy) 없는 ‘가치’들을 추구하는 삶은 필요하다는 사실이 중요해 보였다는 것이다.


자본이 지배하는 지구에서 ‘돈으로 살 수(buy) 없는 삶’을 산다는 것은 자본(돈)과 어떻게 관계하는가의 문제일 것이다. 자본이 지배하고 있지만, 돈은 필요하지만, 자본과 돈의 노예는 되지 않는 삶을 쿠바 사회는, 에이스와 같은 개인은 지향해 온 것이기에 그런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그와 같은 ‘돈으로 생활을 해 나가면서, 돈으로 살 수(buy) 없는 가치들을 추구하는 삶’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쿠바 사회나 에이스와 같은 개인들이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그런 사회를, 그런 개인을 지향해 나가고 있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의 문화와 법제도적인 장치들을 만들어가면서 말이다.          



2023. 10. 14.

이전 14화 쿠바 여행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