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튜터 왕조 헨리 8세의 왕비로서, 대영제국을 활짝 열어젖힌 엘리자베스 여왕의 어머니로서, 헨리 8세의 변심과 궁중 권력에 의해 희생된, 우리에게는 천일의 앤으로 널리 알려진 영국왕비 앤 볼린의 짧지만 격렬했던 일생과 7일의 왕비로서 중종반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진성대군의 조강지처이자 반정의 반대편에서 선 좌의정 신수근의 딸로서 중종과 강제로 헤어져 살아서는 인왕산 치마바위 위에서 중종을 그리워하다 죽어서는 송추에서 고양으로 넘어가는 고갯길에 있는 온릉(溫陵)에 묻힌 비운의 왕비 단경왕후의 한 생에서 다른 듯 같은 듯 동서양을 관통하는 권력과 사랑의 불협화음을 여실히 느낀다.
권력은 피를 타고 흐르지만 또한 그 피는 사랑이 없으면 도무지 끓지 않는다.
더구나 권력의 정점, 왕의 사랑은 이루어지기도 어렵고 이루어진다고 해도 대부분 비극으로 끝난다.
왕위가 피를 타고 계승되는 왕조시대에서 왕위세습을 둘러싼 암투와 정변 그리고 반정은 성공과 실패에 따라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궁중암투의 단골 소재이다.
화근을 싹부터 자르지 않으면 멸문지화는 불을 보듯 뻔하기에 궁중암투는 늘 불을 튀듯 치열했고 그 격렬했던 사랑과 전쟁의 막장 스토리의 주인공은 피를 타고 흐르는 왕과 사랑을 나누고 피까지 나누어 준 왕비일 수밖에 없다.
서양이나 동양이나 혈통은 피를 타고 흐르므로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은 괜한 말이 아님을 역사는 증명한다. 아들을 낳으면 반드시 자신의 아들을 왕으로 만들어 달라는 약속을 호색한 헨리 8세에게 받고서야 왕과 결혼한 앤 볼린은 결국 아들을 낳지 못하고 죽었지만 자신의 딸 엘리자베스가 여왕이 됨으로써 결과적으로 자신의 피로서 영국왕실의 혈통을 잇게 하였다.
피는 물보다 진하기도 하지만 또한 피는 물을 타고 흐르기도 한다. 여기서 물은 단순한 물이 아닌 재물을 말하기도 한다.
헨리 8세보다 호색한으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했을 연산군의 비상한 머리는 1503년 6월 13일, 자신 앞에서 김감불(金甘佛)과 김검동(金儉同)이 시연한 세계최초의 첨단기술인 연은분리법(鉛銀分離法) 또는 단천연은법(端川鍊銀法)을 단박에 알아보고 국가 차원의 지원을 약속하였으나 중종반정으로 세상이 바뀌면서 김감불(金甘佛)과 김검동(金儉同)은 조선에서 그들의 첨단기술이 사장될 위기에 처하자 일본으로 건너가 때 마침 개발된 일본 이와미 광산에서 순도 높은 대량의 은을 생산하게 하여 신대륙의 포토시 광산의 은과 더불어 임진왜란과 대항해 시대를 열면서 세계사의 물줄기를 돌려놓았다고 생각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함경남도 단천군의 은광산이 김감불(金甘佛)과 김검동(金儉同)이 개발한 세계최초이자 최고기술인 연은분리법을 적용하여 조선이 한 발 앞서 그 당시 은본위 세계 화폐경제를 장악했더라면 호색한 헨리 8세의 피가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을 연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물을 타고 흐르지 않았고 연산군의 피가 왕위를 타고 대조선제국을 열 기회로 다가왔다면 연산군은 그의 악행에도 불구하고 폭군이 아니라 성군으로 역사가 기록하지 않았을까?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부질없는 상상을 한번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