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봄이 오는 걸 이미 알고 있었구나

by 이곰

아라우카리아는 생긴 게 조화로 착각될 만큼 딱 떨어지는 친구다.

조화인지 아닌지 한참을 들여다보다가도 애매해서

결국 조심스럽게 잎을 만져보고 나서야
'아, 살아 있구나' 알게 될 정도였다.


그런 아라우카리아는 과습을 조심해야 한다.

겨울에는 더더욱 그렇다.
우리 집은 난방 때문에 고온 건조한 사막 같은 환경인데도
어느 정도 자란 중목이라 그런지
겨울 동안 물 주기 주기는 꽤 길었다.


혹시 죽일까 싶어 습도측정기를 흙에 꽂아 자주 확인해 봐도
어제와 오늘의 상태가 별다르지 않았다.
길게는 열흘이 지나서야 물을 줄 때도 있었다.


그런데 1월 초부터 슬금슬금
물 주는 주기가 짧아지기 시작했다.
'아직 괜찮겠지' 싶어 체크를 며칠 건너뛰다가
혹시나 싶어 습도측정기를 꽂았는데
상태가 '드라이'하단다.

식겁했다.


'아, 내가 너무 무심했나?'


그때부터 더 자주 확인했는데
확실히 겨울에 보았던 아라우카리아가 아니었다.
물을 더 먹고 있는 게 맞았다.


'어?' 하며 여기저기 살펴보니
아라우카리아만 그런 게 아니었다.

뱅갈고무나무에서도
갑자기 새 잎이 두 장 나오기 시작했다.
1센티 남짓한 작은 잎이 오전 오후 가릴 것 없이 쑥쑥 자라더니
며칠 지나지 않아 10센티가 훌쩍 넘었다.

그 옆가지에서는

딱딱한 봉우리처럼 생긴 잎눈이 팍 터지며
새끼 잎사귀가 모습을 드러냈다.


작은 떡갈고무나무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엄지손톱만 한 새잎이
슬며시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우리 집 거실은 서향이라
겨울에는 햇살이 많이 들지 않고 강도도 강하지 않았다.

그래서 크고 작은 식물등 세 개를
끙끙거리며 세팅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쐬어 주었다.


그런데 1월 하순부터
햇살이 비치는 시간이
조금씩, 조금씩 길어지기 시작했다.
햇살의 쨍한 강도도 어딘가 따가워졌다.


처음엔 그냥
겨울인데 해가 따뜻하네 정도로 넘겼다.
하지만 살펴보니 변하는 것이
겨울의 햇살만이 아니었다.


'아, 이거 뭐지?'

분명 내가 알던 겨울의 환경이 아니다.

뭔가 변하고 있었다.
달력을 펼쳐 보았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날짜는

1월 31일.


그때 문득 절기 하나가 떠올랐다.

'입춘'


2월 달력을 넘기니
2월 4일에 '입춘'이라고 적혀 있다.


세상에.
계절이 움직이고 있었구나

봄이 오고 있었던 거다
그래서 아이들이 갑자기 활발해진 거였구나.


이젠 오후 햇살이 제법 따가워

오후에는 식물등을 끈다.
햇살이 너무 강하면 잎이 타기 쉽기 때문이다.


겨울 내내 아침부터 저녁까지
우리 집 거실을 비추던 식물등을
오후에 끄는 순간,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게 된다.


'아, 이제 봄이 오는구나'


식물과 가까이하면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고 말하지만
거실에서 키우는 식물의 변화로

봄을 느낄 줄 몰랐다.


"친구들아

너희는 봄이 오는 걸
이미 알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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