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을 만난 뒤, 설렘 때문에 심장이 두근거리는 경험을 자주 한다.
식물 가게에 처음 들어섰을 때도 그랬다.
불안이나 긴장으로 뛰는 심장과는 전혀 다른 결이었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설렘인가.
회색이었던 집에 식물이 하나둘 자리를 잡아가고
화분 받침대를 사서 조립하고
식물등을 설치하고
행잉식물을 걸기 위해 못을 박는 과정 하나하나에도 설렘이 가득했다.
아침이면 자연스럽게 식물부터 살핀다.
새끼손가락 손톱만 하던 페페 잎이 얼마나 자랐는지, 칼라듐의 새순이 얼마나 올라왔는지
말려 있던 잎이 밤새 쫙 펴졌는지. 디시디아 잎을 살짝 만져보며 건강을 확인한다.
하트 아이비가 지지대를 잘 타고 올라가고 있는지도 살펴본다.
노란빛으로 생기를 잃어가던 홍콩야자가
어제 준 비료로 다시 초록을 되찾았는지 살피다 보면 어느새 아침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고요 속에서 보낸 이 시간이 신기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에너지가 된다.
오늘은 드디어 벼르고 벼르던 서울 식물원에 가는 날이다.
내가 식물원을 가다니.
상상해 본 적도 없던 일인데, 이렇게 심장이 콩닥거리기까지 하다니.
목요일 오후라 사람도 많지 않을 테고
점심을 든든히 먹고 오후 내내 식물원을 천천히 돌아볼 생각이다.
어릴 적 소풍을 기다리던 기분과 닮아 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서울 식물원에 들어섰다.
처음이라 동선도 잘 몰랐고
어르신 단체 관람객들도 많아 다소 정신없었지만
이름만 들어봤던 희귀한 식물들을 직접 만날 수 있었다.
서울 식물원 온실의 2월 테마는 ‘난’이었다.
나에게 난의 이미지는 고루함에 가까웠다.
직장에 다닐 때 인사이동이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들어오던 축하 화분들
그중에서 가장 많이 보이던 식물이 호접란이었다.
꽃이 화려하고 고급스러워 보이지만
인사이동 시즌에 너무 많이 봐서 그런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다.
그런데 온실 곳곳에서 발견한 난들은 내가 알던 그것이 아니었다.
크기부터 색까지 정말 다양했다.
분홍이나 흰색 난이 대부분일 거라 생각했는데
검은 바탕에 분홍 무늬가 박힌 난도 있었고
손톱만 한 꽃들이 다발처럼 모여 피어 있는 난도 있었다.
화려함의 극치였다.
새로운 공간을 천천히 둘러보며 경험하는 시간은
나에게 풍요로운 에너지를 준다.
처음 해외여행을 갔을 때 느꼈던 설렘과 비슷했다.
서울 식물원을 다녀온 뒤 한동안 시들했던 해외여행에 호기심도 다시 살아났다.
유명한 정원이나 식물원이 있는 나라를 찾아가는 여행.
그것만으로도 여행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될 것 같다.